현금감소·반도체 수요 불안 완화
빅테크 AI 장기 투자 시그널 확보
엔비디아가 미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엔비디아 고객사가 AI 팩토리를 구축하는데 쓰인다.
특히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를 대신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전문으로 공급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까지 AI 컴퓨팅 강화를 선언하면서 엔비디아 AI 플랫폼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객 군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대형 PEF인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과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 PEF가 조성하는 자금만 5000억달러다.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AI 클라우드, AI 연구소에게 이 자금을 지원한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CSP(클라우드서비스기업)가 상대적으로 저금리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AI 분야에서 연산 자원은 곧 매출”이라며 “이번 금융 플랫폼을 통해 고객은 희소한 연산 자원에 대규모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순환 거래 논란을 의식한 듯 제3자 조달이란 점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300억달러로 축소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파트너십 발표 후 “이번 파트너십은 순환 금융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설계되었다”며 “자본 제공자가 각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심사한다”고 밝혔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AI 팩토리를 투자 자산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끼칠 영향도 관심을 받는다. AI 가속기 발전에 따라 AI 칩에서 메모리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AI 서버랙인 베라 루빈(VR 200)에서 메모리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전 세대인 블랙웰(GB300)의 9%에 비해 17%포인트 상승했다. 베라 루빈의 메모리 비용은 약 200만달러로 블랙웰의 38만달러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해 SOCAMM(서버용메모리모듈) 탑재가 증가하면서 메모리 비용이 늘었다.
다만 최근 들어 AI 반도체 시장은 빅테크의 설비투자 부담 가중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현금 유출 불안이 확대됐다.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5000억달러 규모 민간 자본을 확보하면서 AI 반도체 수요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LTA(장기공급계약)를 체결해둔 만큼 단기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장기 관점에서 AI 투자에 변함이 없다는 시그널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 충분한 클라우드 서비스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AI 모델 업체들은 네오클라우드 업체에도 추가적인 서비스 자원 할당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둔 서버 제조사의 대규모 메모리 공급 요청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정완 기자
jeong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