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하이루프 하이브리드 시승
전고 270㎜ 높여 넉넉한 실내
아이 돌볼 때 허리 부담 줄여
시내 9㎞/ℓ·외곽 14㎞/ℓ
서라운드 뷰로 주차 부담 덜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아빠, 이 차는 왜 이렇게 커? 여기도 의자가 있고 저기도 의자가 있어. 우리 다음에도 이 차 타자.”
지난달 25일 기아 카니발 하이루프 하이브리드 9인승에 처음 올라탄 네 살 딸아이가 차 안을 한참 둘러봤다. 2열 좌석에 앉았다가 고개를 돌려 3열과 4열을 바라보더니 “너무 넓어서 좋다”며 연신 들뜬 표정을 지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경기도 외곽을 둘러보는 평범한 일정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움직이자 카니발 하이루프가 왜 필요한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실제 육아 상황에서 체감하는 편리함은 예상보다 컸다.
시승차는 카니발 하이루프 1.6 터보 하이브리드 9인승 시그니처 트림이다. 스타일과 스마트 커넥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빌트인 캠2, 컴포트, BOSE 사운드, 드라이브 와이즈와 모니터링 패키지를 모두 적용했다. 오로라 블랙 펄 외장과 코튼 베이지 내장 조합이다.
문 열자마자 고개 든 아이…“천장이 왜 이렇게 높아?”
카니발 하이루프는 일반 카니발보다 전고가 270㎜ 높다.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딸아이는 차에 오르자마자 먼저 천장을 올려다봤다. 코나에서는 카시트에 앉으면 창밖이나 앞좌석 등받이가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카니발에서는 머리 위까지 공간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는 과정부터 편했다. 코나에서는 차 안으로 상체를 깊숙이 집어넣고 허리를 굽힌 채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 아이가 몸을 비틀거나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
카니발 하이루프에서는 허리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아이의 옷을 정리하고 안전벨트를 채울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을 줍거나 신발을 다시 신겨줄 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차량 내부에서 2열과 3열 사이를 이동할 때도 몸을 잔뜩 웅크릴 필요가 없었다. 단순히 머리 위 공간이 넓어진 데서 그치지 않고, 부모가 아이를 돌볼 때의 동작 자체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아빠, 저기에도 자리 있어”…차 안이 놀이터가 됐다
“아빠, 여기에도 의자가 있어.”
2열에 앉아 있던 아이는 가운데 통로 너머로 보이는 3열을 발견하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잠시 뒤에는 4열까지 확인하고 “저기에도 자리가 있다”며 웃었다. 평소 타던 코나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에는 넓은 실내에서 주변을 한동안 둘러봤다. 아이에게 카니발은 단순한 이동수단보다 작은 방에 가까워 보였다.
머리 위 공간이 충분하다 보니 카시트에 앉아 있어도 답답해하지 않았다. 긴 이동 중에도 몸을 움직일 여유가 있었고, 차에 타자마자 내리자고 보채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시승이 끝날 때까지 차에 더 머물고 싶어 했다.
2열에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통풍·열선 시트가 적용됐다. 무더운 날씨에 통풍 기능을 켜주자 아이도 금세 시원해졌다고 반응했다. 코튼 베이지 색상의 실내와 엠비언트 라이트는 넓은 공간을 한층 밝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천장에는 눌렀을 때 아래로 내려오는 팝업형 LED 독서등이 설치됐다. 스웨이드 소재로 마감한 천장과 함께 하이리무진에 가까운 분위기를 냈다. 대형 후석 모니터나 별빛 조명처럼 눈에 띄는 장비는 없지만, 가족이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오히려 단정하고 부담이 적었다.
BOSE 사운드 시스템은 넓은 실내를 고르게 채웠다. 1열에서 음악을 크게 틀지 않아도 뒷좌석까지 소리가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됐다.
3열에서 부른 “헤이 기아”도 알아들었다
카니발 하이루프의 넓은 실내는 음성인식 기능과도 잘 어울렸다. 3열에서 “헤이 기아”라고 부르자 차량이 바로 반응했다.
여러 명이 탑승했을 때 뒷좌석 승객이 운전자에게 일일이 부탁하지 않고 공조나 일부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유용했다. 아이가 더 자라 직접 음성 명령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뒷좌석 공조 전환 버튼이 한글 없이 ‘REAR(뒷쪽)’라고만 표시된 점은 아쉬웠다. 누구나 타는 가족용 차량인 만큼 ‘뒷좌석’ 등 보다 직관적인 표시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석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아이를 태운 부모에게 유용했다.
코나보다 훨씬 큰데 주차 부담은 예상보다 적었다
차량에 오르기 전 가장 걱정됐던 것은 크기였다. 코나를 6년째 운전하다 갑자기 카니발을 몰면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에서 애를 먹을 것 같았다.
실제로 카니발 하이루프는 차체가 길고 넓다. 운전석에 앉으면 코나에서는 쉽게 보이던 차체 끝부분이 멀게 느껴졌다. 특히 처음 마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갈 때는 기둥과 옆 차량 사이의 간격을 여러 차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서라운드 뷰와 모니터링 기능이 긴 차체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주차선과 바퀴 위치를 맞추기 쉬웠다.
전면과 측면 카메라를 통해 기둥이나 낮은 장애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주차를 반복하자 코나처럼 단번에 넣을 수는 없어도, 큰 차를 운전한다는 두려움은 빠르게 줄었다.
높은 차체 때문에 코너에서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을 날카롭게 전달하기보다 한 번 부드럽게 걸러냈다. 아이가 뒷좌석에서 잠들었을 때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승차감이 편안했다.
풀주유하니 주행 가능 거리 850㎞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큰 차체를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출발할 때 전기모터가 먼저 힘을 보태 정지 상태에서 차체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신호가 많은 시내에서는 엔진이 꺼진 채 전기모터로 이동하는 구간이 자주 나타났다. 가다 서기를 반복해도 엔진 소음이나 변속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가 잠든 뒤에는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이 더욱 반가웠다.
시승 중 확인한 연비는 교통량이 많은 시내에서 약 9㎞/ℓ, 흐름이 원활한 경기도 외곽도로에서는 약 14㎞/ℓ였다. 여름철 에어컨을 계속 사용하고 큰 차체를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연료를 가득 채운 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약 850㎞였다. 장거리 가족여행에서 주유소를 자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9인승이지만 가장 편안한 구성은 6명 안팎
카니발 하이루프 9인승은 4열까지 좌석이 배치된다. 다만 성인 9명이 모두 장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성은 아니다.
2열과 3열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면 4열은 다리 공간이 제한된다. 성인이 앉으려면 앞쪽 좌석을 상당히 당겨야 해 모든 탑승객이 불편해질 수 있다.
실제 활용에서는 4열을 접어 트렁크로 사용하고, 2열과 3열에 성인과 아이를 나눠 태우는 방식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6명 안팎이 탑승하면 좌석과 적재공간을 모두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4열을 바닥 아래로 접으면 마트에서 장을 본 물건은 물론 유모차와 여행용 가방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 다만 접어둔 4열 좌석을 다시 꺼낼 때는 무게가 제법 느껴졌다. 좌석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보조하는 기능이 있었다면 더 편리했을 것이다.
화려한 기능 덜고 ‘높은 천장’에 집중
카니발 하이루프는 일반 카니발과 하이리무진 사이에 놓인 모델이다. 하이리무진과 같은 스틸 소재의 높은 지붕을 적용하면서도 21.5인치 후석 모니터, 별빛 무드조명, 냉온 컵홀더 등 고급 편의사양은 덜어냈다.
하이리무진이 제공하는 수직 공간은 갖추되 가격 부담을 낮춘 셈이다. 각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가족이라면 고정식 후석 모니터가 없다는 점도 큰 단점은 아니다.
시승차 가격은 6711만원이다.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하이리무진의 높은 천장이 필요하면서 과도한 후석 편의장비까지 원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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