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자 약가 개편 시행…제네릭 상한율 53.55%→45% 전격 인하

‘혁신형·준혁신형’ 약가 가산 특례 사활…자회사 흡수·자체 생산 총력

약가 인하 당장 적용되나 우대 인증은 연말 이후…제도 시차에 중소사 비상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 [연합]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12년 정부가 단행했던 약가 단일화 개편 이후 무려 14년 만에 추진되는 최대 규모의 약가제도 종합 개편안이 8월 1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수급 안정과 제약 바이오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마련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거센 체질 개선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복제약(제네릭) 판매 수익에 의존해 신약 연구개발 자금을 충당해 오던 국내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당장 가시화된 매출 감소 충격을 완충할 장치가 없어 경영난이 급격히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8월 1일 자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하는 결정 신청 품목부터 신규 등재되는 일반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이 현행 53.55%에서 45%로 전격 하향 조정된다. 자사 직접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과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DMF) 사용이라는 2가지 까다로운 기준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오리지널 의약품 최고가의 45%를 상한가로 받을 수 있으며, 1가지 요건만 충족할 경우 36%,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9%로 약가가 단계별로 급격히 깎인다.

여기에 동일 제제의 후발 의약품 등재 개수가 13번째를 넘어서면 기준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최저가의 85%로 가격이 떨어지는 계단식 인하 규정이 한층 강화되고, 등재 품목 수가 14개 이상이 되는 제제는 등재 1년 후 약가를 85%로 추가 인하하는 다품목 등재 관리제까지 신설돼 제네릭 난립을 강하게 압박한다. 이미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올라가 있는 기등재 제네릭 약제 역시 향후 10년에 걸쳐 연차별로 단계적인 약가 인하 절차를 밟게 된다.

반면 정부는 약가 인하로 절감된 건보 재정을 연구개발 우수 기업과 국내 생산 기반 강화 기업에 집중 배분하겠다는 방침이다. R&D 투자가 우수한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품목에는 60%, 개정안을 통해 신설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과 ‘수급안정 선도기업’ 품목에는 50%의 약가 가산 특례가 부여된다. 이에 더해 국산 원료를 직접 합성해 제조하거나, 항생주사제 및 소아용 의약품을 국내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약제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인 68%의 우대 약가를 부여하고 최소 10년간 약가 우대 기간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이처럼 약가를 방어하는 것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자, 제약사들은 R&D 조직을 본사로 흡수하고 생산 체계를 내재화하는 등 우대 요건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약 R&D 자회사인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여 연구 인력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본사로 내재화했고, 휴온스그룹 역시 완제의약품 생산 자회사인 휴온스생명과학과 바이오 R&D 관계사인 휴온스랩의 합병을 차례로 추진하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및 약가 우대 요건에 대비하고 나섰다. 또한 기존에 다른 회사에 위탁생산(CMO)을 맡기던 물량을 자체 공장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원료 자급화를 위해 국내 원료합성 시설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시행 시차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공백이다. 14년 만의 강력한 제네릭 약가 인하는 8월 1일부터 즉시 가동되는 반면, 약가 가산 혜택을 받기 위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지정 및 지침 확정 절차는 올해 연말 이후에나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증이 완료되지 않은 8월부터 11월 사이에 신규 등재되는 제네릭은 제약사가 아무리 R&D 투자를 많이 했더라도 우대 약가를 받지 못하고 45%의 인하된 약가를 우선 적용받게 된다. 추후 기업이 혁신형이나 준혁신형으로 지정되더라도 이미 깎인 약가에 대해 소급하여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행정 공백의 타격은 이미 혁신형 지위를 확보하고 있거나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제약사보다,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소·영세 제약사에 직격탄이 될 것 전망이다. 주요 상위 제약사들은 이미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약가 방어가 가능한 반면, 이번 개편에 맞춰 ‘준혁신형’ 진입이나 R&D 비율 상향을 노리던 중소 제약사들은 4~5개월간의 공백기 동안 신규 품목의 수익성이 고스란히 깎이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자체적인 R&D 조직이나 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해 외주 위탁생산(CMO)과 영업대행사(CSO) 수수료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영세 제약사들은, 신규 제네릭 약가 급감과 우대 인증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사실상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는 기존 인증과 풍부한 현금성 자산으로 버틸 체력이 있지만, 제네릭 하나하나의 수익성이 생존과 직결된 중소 제약사에 몇 달간의 약가 인하 공백은 치명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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