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대북전단 살포 대응 지침’ 제작해 배포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 근거한 대응 수칙 명시
유관기관 대북정보 요청 가능…신체 제지 규정도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통일부와 국방부 등으로부터 매달 대북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이를 대북전단 살포 제지를 위한 근거로 활용한다. 필요성이 인정되면 전단을 띄우려는 인원을 일시적으로 붙잡아 두는 등 신체적인 제지도 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등 살포시 대응 지침’을 접경지역 관할 경찰청과 경찰관서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법에는 경찰관의 직무에 ‘접경지 대북전단 살포 저지’가 추가됐다.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등의 살포 행위를 제지할 근거가 명시된 것. 이런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대표발의로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함께 개정된 같은 법 시행령은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 제지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관계 부처의 의견을 제공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바로 경찰에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통일부 등에 대북정보 상시 요청
‘전단 제지 요건 충족됐나’ 심의
국수본이 작성한 매뉴얼에는 ‘현시점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 북한의 도발을 야기할 우려’ 등에 대한 관계 부처의 의견을 받게 돼 있다. 경찰은 이런 대북정보를 요청할 관계 부처를 통일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명시했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북한 정세와 군사 동향 등에 관한 정보를 매달 1회 정기적으로 요청한다는 방침도 매뉴얼에 반영됐다.
정기 요청은 정부 행정망인 온나라 시스템을 통해 발송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첩보 활동에 필요한 경우 관계 부처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요청한다”는 지침도 매뉴얼에 들어있다.
관계 부처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는 국수본 안보수사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단 살포 위험성 심의위원회’(심의위)가 검토하게 된다. 심의위는 관계 부처의 의견과 경찰 안보수사국의 분석을 토대로 대북전단 살포 제지 조치 필요성 등을 심의한다. 심의위는 ▷과거 전단 등 살포에 대한 북한의 도발 양상과 전례 ▷최근 살포된 전단 등이 북한에 도달했는지 ▷살포에 따른 남북 간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을 따져서 제지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한다.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 갈등과 접경지역 안전 우려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현장에서 제지 조치를 집행하는 경찰관이다. 경찰은 매뉴얼에 “대북전단 살포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판단은 통일부와 국방부 등이 제시하는 북한 정세와 군사 동향 등 전문적인 정보와 경찰이 수집한 정보 등을 종합해서 현장 경찰관이 내린다”고 했다.
경찰 “남북 긴장, 北 도발 우려까지 고려”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에 시비 차단 차원
경찰은 지난 2023년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점 등을 고려해 경찰관 법 집행의 적법성을 확보하는 취지에서 이번 매뉴얼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헙재 판단 이후에 경찰관들은 위법성 시비를 우려해 전단 살포 시도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등의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덜 침익적인 수단으로 경찰의 제지 조치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2024년 북으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자 북한 당국은 이른바 ‘오물풍선’으로 응수하면서 수도권 등 곳곳에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맞대응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면 경찰은 앞으로 현장에서 적극적인 제지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매뉴얼에 ▷현장 상황과 위험도에 따라 제지 조치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수 있다 ▷전단 살포에 사용되는 물품과 장비를 차단하는 조치를 우선 시행한다 ▷붙잡기, 이동 제한, 일시 억류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제지도 가능하다 등의 내용을 넣었다.
다만 이러한 제지 조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용하고 상황이 종료되면 즉시 해제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된 이후에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례는 아직 없다.
경찰은 매뉴얼 마련 배경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그로 인한 위험이 북한의 도발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행위 시점에 즉시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범죄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해당 행위에 대한 제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현장 상황뿐 아니라 북한의 도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