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하지만, 대부분이 간세포에서 생기는 간세포암이어서 일반적으로 간암은 간세포암을 의미한다. 간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인 만큼 간암 치료에서는 암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남아 있는 간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이다. 국내 간암 환자의 상당수는 B형간염과 관련이 있다. 예방접종으로 신규 감염은 줄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출생 과정에서 감염된 사례가 적지 않아 여전히 주요 위험요인이다. C형간염도 만성화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 간질환과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동반되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도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의 간암은 만성 간질환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발생한다. 간에 염증이 반복되면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다만 모든 간암이 간경변증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만성 B형간염은 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간세포에 변화를 일으켜 간경변증이 뚜렷하지 않아도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간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피로감, 소화불량, 상복부 불편감,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질환에서도 흔한 증상이다. 복수, 황달, 다리 부종, 심한 복부 팽만이 생겼다면 암이 진행됐거나 간기능이 크게 저하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증상이 생긴 뒤 발견하기보다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찾아야 한다.
간암 치료는 종양의 크기와 개수뿐 아니라 위치, 혈관 침범과 전이 여부, 간기능, 전신 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한다. 초기 간암은 종양이 하나이거나 3개 이하이면서 가장 큰 종양이 3㎝ 이하인 경우로, 절제수술, 고주파 열치료, 간이식 등 근치적 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기능이 충분하면 암 부위를 제거하는 절제수술을 시행하고, 수술이 어렵거나 암이 작다면 고주파 열치료와 같은 국소치료를 고려한다. 간기능이 크게 저하됐거나 간암과 간경변증을 함께 치료해야 할 때는 간이식이 중요한 선택지가 된다.
종양이 여러 개이거나 크기가 크지만 주요 혈관 침윤과 간 밖 전이가 없는 중간 병기에는 간동맥 화학색전술이 주로 사용된다. 암으로 가는 혈관에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넣어 혈류를 차단하고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방출 미세구 색전술이나 방사선색전술도 활용한다.
주요 혈관을 침범했거나 간 밖으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은 약물치료가 중심이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병합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됐다. 일부 환자는 약물치료로 암이 충분히 줄어든 뒤 절제수술, 간이식, 색전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필요하면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며 중입자치료와 같은 새로운 치료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완치가 가능한 C형간염은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음주를 줄이고 체중과 대사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분이 불분명한 건강즙과 민간요법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진행성 간암도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으며 위험인자가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6개월마다 검사를 받고, 병기와 간기능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혜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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