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저소득층 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올해 1분기 고소득층의 여윳돈은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저소득층의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됐다. 반도체산업 호황과 증시 활황의 그늘이다. 1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이하 1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월 -43만8000원이다. 2019년 관련 통계 이후 최대 적자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이상 5분위 가구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이다. 1분기 기준 2022년 이후 최대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는 우리 경제 분배지표 악화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237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4.2%가 증가했으나 1분위는 117만원으로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나타나 직전 분기(5.59배)보다 높아졌다.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분배 지표다. 배율이 높아지면 분배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투자 확대에서 비롯된 반도체와 첨단기술산업 호황과 코스닥의 급등세로 대표되는 증시 활황이 소득·자산의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가데이터처는 분배지표 악화에 대해 “1분기 명절 상여금, 성과급 지급이 많아 대기업 근로자 위주인 5분위 소득이 더 크게 늘었다”며 “그로 인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고액 성과급과 이의 주요 업종으로의 확산은 앞으로 소득 격차를 더 크게 벌릴 것이라는 얘기다. 또 소득엔 근로소득 뿐 아니라 주식·예금·부동산으로부터 얻는 재산소득을 포함하고 있는데, 코스닥 급등도 결국은 상·하위층 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

소득·자산 격차의 확대재생산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긴요하다. 다만 당장 ‘성장의 과실 나누기’와 ‘복지 지출 확대’라는 단견의 증상 처방에만 매몰되선 안된다.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지속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타파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업종·규모별 기업 생산성과 근로자 처우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본 시장 정상화와 기업 가치 재평가의 성과를 일부 계층만 독식하지 않도록 저소득층과 청년들에게 자산형성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금융 교육, 세제 혜택, 투자지원 등을 늘려야 한다. 성장 없는 분배는 공멸의 길이고, 분배없는 성장은 분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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