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중동과 러-우 전쟁의 장기화 등 전례 없는 국제 정세의 불안정 속에서 살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전쟁은 승자와 패자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준다.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전제조건이자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1953년 설정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종전 협정 없이 불안정한 휴전상태가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분단으로 인한 긴장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거나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공존 및 공동성장’이라는 대북정책 기조 아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던 한반도의 긴장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당시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의제가 바로 ‘산림분야 협력사업’ 이었다는 점에 우리는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산림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식량난 해결을 위한 무분별한 개간과 연료 확보를 위한 벌채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 전체 산림의 약 28%인 262만 헥타르가 황폐해진 상태다. 북한이 산사태 예방과 식량·연료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산림복구를 국가적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산림 협력은 북한 주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도적 협력 분야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 산림의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의 숲은 백두대간으로 이어진 하나의 공동 산림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접경 지역의 산불과 병해충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북으로 확산하며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 시 상류 지역의 산사태는 임진강 하류 우리 측 유역의 수해로 직결되어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야기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초국경적 산림 재난으로부터 남북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재난 공동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향후 남북 모두에게 실질적인 실익을 가져다줄 호혜적 상생 모델로 정립해 나가야 할 협력 과제이다.
물론 남북 교류와 협력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민과 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협력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화가 경색된 시기일수록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산림청과 관계 부처, 지자체, 국제기구,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단계별 협력 모델을 발굴 해 나갈 때, 비로소 끊어진 산맥을 잇는 실낱같은 희망의 불꽃을 키워 낼 수 있다.
숲에서의 겨울은 성장이 멈춘 정지의 시간이 아니라, 가장 치열하게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지금이야말로, 다시 찾아올 평화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우량한 씨앗을 고르고 묘목을 정성껏 가꾸어 두어야 할 적기다. 산림청은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공존 및 공동성장’의 마중물이 될 남북 산림협력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고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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