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소비자를 대신해 직접 쇼핑을 수행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과 편리함의 향상만이 아니다. 유통산업 전체의 경쟁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거대한 변화다. 특히 AI의 영향력은 아마존이나 구글,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중소 유통기업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중소 유통기업들이 AI 기반 수요예측 시스템을 통해 재고 감소, 운영비 절감, 품절률 하락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 성과의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

AI는 특정 고객이 어떤 시간대에 어떤 제품을 찾을지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발주와 물류를 자동 조정한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수익률 제고, 매출 증대는 물론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AI는 더 이상 보조적 관리 도구가 아니라 유통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중소 유통기업의 현실은 다르다. AI 기반 개인화 추천, 최적 가격 제시 모델 등의 도입 사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독일의 경우 AI 활용 능력 제고를 위해 교육, 세미나, 사례 공유, 직원 교육비 지원이 정부와 EU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중소 온라인몰인 Novomind와 Titanpoint 같은 기업은 AI 도입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AI를 물류 최적화와 고객 서비스 자동화에 적용해 인건비와 반품률을 동시에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 중소 유통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중소 유통기업이 AI 도입에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들 사이에 ‘AI가 결국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직무 교육 투자가 부족한 현실이 겹치며 AI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AI는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의 강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협업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정부는 중소유통협회나 전문 컨설턴트협회 등의 조직을 통해 AI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해 노동자들이 AI와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중소 유통기업에 대한 교육 투자 지속화, 교육자 인건비 보전, 세제 혜택 부여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 AI 기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 유통기업 또한 내부 혁신이 요구된다. 재고관리, 물류, 가격정책 등 주요 운영 체계를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노동자들이 이를 실제 작업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AI 활용은 이제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경영 인프라이자 생존 전략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가’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의 경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AI는 선택이 아니다. 생존의 도구이자 기준이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협업해야 한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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