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려시대, 공립 교육기관은 중앙에 국자감과 지방에 향교가 있고, 사립교육기관은 문헌공도도 대표되는 12공도가 있었다. 이들 공립·사립 교육기관은 모두 학문수양과 과거시험 합격을 목표로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립 교육기관인 국자감과 향교를 통한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인원보다 사립 교육기관인 문헌공도 등 12공도에서 더 많은 인재가 등용됐다. 문헌공도는 9재라는 학습반을 두고 전문적으로 과거시험에 대비한 교육을 한 영향이 컸다.
결국 고려의 공립 교육기관인 국자감은 문헌공도의 9재를 모방하여 7재라는 과거시험 대비 양성반(일종의 우수 학생을 위한 심화 학습반)을 두고 교육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립교육기관인 12공도는 과거시험 중심으로 교육하였고, 당대 유명한 학자들이 직접 강의를 하였기 때문에 공립교육기관인 국자감이나 향교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도 고려시대 때와 비슷하다. 학부모는 국공립 초등학교보다 사립초등학교를 선호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과학고,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사립 명문고를 국공립 고등학교보다 더 선호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부모들이 사립초등학교, 유명 사립고등학교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자녀들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사립초등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국공립 초등학교보다 자녀를 더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에 유리하고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예전이 비해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금 서울 국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주요 교과목에 대한 성적순 평가를 하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있다. 반면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자율적으로 학생들에게 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는 영향이 크다.
한편, 국공립 초중등학교에서는 성적순 평가 시험을 치르지 않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그때부터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3년간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초등학교, 중학교 때 대학입시를 대비해 사립초등학교나 학원에서 주요 교과목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평가를 받아 온 학생들이 유리하다. 국공립 초중등학교에서 시험 스트레스 없이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대학 입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대학입시 결과가 나올지 학부모들은 너무나 잘 안다.
교육은 학생간 경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에 따라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아 왔다. 지금 세상에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초등학교에서 평가 시험을 없애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치루어야만 한다. 대학입시라는 현실을 무시한 채 초등학교에서 평가 시험을 배제하자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사교육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학부모의 경제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의 정도와 대학입시 결과가 나오는 시대가 강화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학생들간 경쟁을 무조건 지양하면서 국공립 초등학교에서 평가 시험을 폐지함으로써 공교육이 붕괴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교육의 붕괴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교육계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이를 개선할 용기가 필요하다. 고려시대 국자감에서도 문헌공도의 학습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공교육 강화에 나섰다.
박원연 법무법인 로베리 대표변호사
notstr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