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당첨금 단위를 ‘원(KRW)’대신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적어 60조원이 넘는 돈이 고객에게 입금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벤트에 참여한 695명 중 249명에게 1인당 2000∼5만원씩, 총 62만원을 지급하려 했는데 비트코인 62만 개를 지급해 버린 것이다. 담당 직원의 단순 손가락 실수였지만 파장은 컸다. 비트코인을 잘못 받은 고객 중 80여 명이 매도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 2분 만에 16% 급락해 한때 8111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여파로 다른 코인가격들도 줄줄이 떨어지며 ‘패닉셀’이 연출됐다. 빗썸은 오지급 20분 만에 상황을 인지하고 거래·출금 차단을 시작해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 62만 개 중 99.7%(61만8212개)를 코인으로 회수했다. 패닉셀로 손실을 본 고객에게는 110%를 보상하겠다는 수습책을 내놓기도 했다. 미회수 코인 환수를 둘러싼 민사·형사상 절차도 밟아야 할 판이다.

이번 사고는 ‘휴먼 에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많게는 20조원을 웃돌만큼 거대해진 가상 자산 시장이 투자자를 지킬 기본적 내부 통제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보여줬다. 일반 금융사에서는 거액의 자산이 이동할 때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빗썸은 직원의 클릭 한 번으로 63조원이 넘는 자산이 즉시 집행되는 허술한 구조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것보다 많은 코인을 장부에 마음대로 생성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빗썸이 회원의 위탁을 받아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4만2619개, 자체 보유량은 175개다. 그런데 빗썸은 이 보유량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62만 개의 코인을 당첨금으로 지급했다. 실제론 없는데도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비트코인’을 남발한 셈이다. 이는 중앙화의 맹점이다. 중앙화 거래는 고객이 넣어 놓은 가상자산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액만 변경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세계 최대 규모인 바이낸스 등도 이 방식이다. 거래 체결 속도가 빠른 데다 수수료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 대중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에 차이가 발생해도 통제하지 못하는 게 치명적 결함이다.

정부와 여당이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을 막판 조율 중이다. 국내 코인 투자자 1000만 시대에 걸맞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가상 자산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은행, 증권 등 일반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및 투자자 안전 장치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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