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마지막날인 30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특혜·갑질 의혹과 공천 헌금 묵인 문제가 잇달아 터진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사과하며 “(사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제 의지”라고 했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각종 의혹에 위법·불법이 있었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특히 강선우 의원이 보좌관을 통해 김경 서울시의원에 1억원을 받은 의혹과 김 의원이 강 의원과 이 문제의 처리를 논의한 ‘공천헌금 묵인’ 의혹은 사실이라면 정당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다.
김 의원 뿐 아니라 올해 여권에선 여러 논란과 의혹이 이어졌다. 민주당 출신 이춘석 무소속 의원은 주식 차명거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강선우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낙마했다.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인사 청탁 의혹’ 문자를 주고 받아 물의를 일으켰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통일교 금품 로비 수수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여러 유력 인사들이 검찰·경찰의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는 중이다.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김기현 의원 부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전당대회 당선을 대가로 고가의 가방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모두 당대표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역임했던 의원들이다.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운 여야의 각종 사건들은 여야 할 것없이 정당 시스템이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징후를 뚜렷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협치의 실종, 의회정치의 실패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내란척결’을 내세워 사실상 국회를 단독 운영했고, 전(前) 정부 및 불법계엄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자중지란과 명분없는 대여 강경투쟁에 매몰됐다. 지난 한 해 우리 경제와 사회가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동안 정당·의회정치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새해에는 이같은 구태를 반복해선 안된다. 안으로 썩은 살을 도려내고 혁신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정치세력도 지금대로라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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