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우리 국민주권 정부는 실용적인 시장주의 정부”라며 기업 활력 회복, 투자 분위기 확대, 획기적인 규제 혁신 등 친(親)기업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재계의 숙원이던 배임죄 완화 검토를 지시했다. 배임죄 남용이 기업활동 위축의 주요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직권남용죄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넘어 ‘낙지부동’를 부르고 있다”며 정책 감사의 개선을 요구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배임죄는 기준이 애매하고 대상이 폭넓다 보니 ‘이현령비현령’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죄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경영상 불가피한 선택, 장기적으로 회사에 보탬이 되는 결정이라도 일단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면 배임죄를 피해가기 어렵다. 경영상 판단에 형사상 제재까지 가하는 나라도 찾기 어렵다. 독일의 경우 기업의 경영상 판단일 경우 책임을 면해준다는 점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일본은 고의성이 명백히 입증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처벌한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배임 관련 소송은 급증할 수 밖에 없는 마당이다. 이미 국회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배임죄 개선 법안이 여럿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형벌 합리화 TF’의 첫 결실로 배임죄 폐지만한 것이 없다.
배임죄와 함께 기업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강한 대표적 사안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이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일지라도 노조에 대한 배상 청구를 제한한 것이 핵심인데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 통과 과정에서 노동 쟁의 범위가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됐다. 원청이 수백개 하청업체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거나, 해외 투자를 이유로 파업을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올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어떤 시그널을 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유인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로 조선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이뤄질텐데 하청이 가장 많은 분야가 조선업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대통령은 기업 활력을 얘기하는데 여당은 투자위축을 부르는 법안을 강행하는 엇박자부터 바로잡아야 실용적 시장주의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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