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
한국경제인협회 YLC 대학생 강연
“이미 잘 하는 메모리 진출 무의미”
HBM 1위 SK하이닉스 ‘원팀 정신’ 소개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청년 인재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반도체 소재·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 등 아직 국내 기반이 약한 분야에 진출해 성장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환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영리더스클럽(YLC) 소속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이라고 하는 제조시설 분야에선 높은 비중을 점유하고 있지만 소재·장비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인재들이 국내 기반이 취약한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미 잘 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 들어가서 뭘 해보려고 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대한민국이 잘 하지 못하는 영역에 뛰어들면 훨씬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케이던스를 언급하며 “반도체 생태계가 바뀌면서 그러한 독점 생태계를 깰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를 뛰어넘어 다양한 산업군에서 기회를 잡을 것을 주문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교수는 “과거 50년간 거시경제가 무너지면 메모리 가격도 폭락해 열심히 기술 개발을 한 엔지니어들이 아무런 보상을 못 받았다”면서 “최근 거시경제와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고객사가 미리 주문한 만큼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AI 메모리 반도체 대표 주자인 HBM”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SK하이닉스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신 교수는 “당시 이사회에서 ‘범용 D램 대신 고객사가 희망하는 D램 제품을 만들자’, ‘서버향 D램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며 “R&D도 그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지금의 HBM”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HBM 시장에서 독주하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른 가운데 신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원팀 스피릿(정신)’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구성원들이 ‘원팀 정신’을 가지면 어려웠던 기업도 나중에 1등 기업으로 변신하더라”며 “SK하이닉스는 여러 차례 어려움이 있었지만 ‘원팀’을 만드는 기업 문화를 계속 만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영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자기 얘기만 하기보다 구성원들이 무엇을 희망하는지를 잘 수렴해서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YLC는 한국경제인협회가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대학생 연합 동아리다. 신 교수도 대학생 시절이던 2003년 YLC 소속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20여 년 만에 YLC 선배이자 반도체 전문가로서 후배들과 마주한 신 교수는 “오늘 이 자리가 매우 뜻깊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여러분 나이인 스무살 때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며 “공대생에게 항상 하는 얘기인데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말보다는 숫자로 정확하게 얘기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