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빈곤과 노동’ 심포지엄

연금수요 실현시 34.9조 현금창출

집값 반영, 상속·세혜택 활성화해야

주택연금 활성화로 30만명 이상의 노인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다.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거주를 유지하면서 평생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높은 잠재 수요에도 실제 가입률은 2024년 10월 기준 1.89%에 그치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동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주택연금) 수요가 실현될 경우 매년 34조9000억원의 현금흐름이 창출되며, 이중 절반만 소비된다 하더라도 매년 17조4000억원의 민간소비가 창출되는 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고령층의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약 34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산이 있는 모든 고령빈곤층이 연금화를 하는 경우에는 이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총재는 “자산을 연금화하는 경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들이 2021년 기준 약 122만명으로, 노인빈곤층의 약 37%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있는 잠재 수요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한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 활성화를 통한 소비 확대 및 노인빈곤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55세 이상 주택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3%는 현행 주택연금에 대해 향후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상품 구조를 개선하거나 정보 제공을 강화할 경우 가입 의향은 평균 41.4%까지 상승했다. 예컨대 주택가격 상승분이 연금액에 반영되는 구조로 개편될 경우 39.2%, 상속이 용이해질 경우 41.9%, ‘가입 후 집값이 올라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정보를 제공할 경우 43.1%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현금 흐름이 개선된 고령층이 소비에 나서면서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한계소비성향과 거시계량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가입 의향이 있는 가구(41.4%·276만가구)가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0.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에 주택연금 제도를 개선해 가입을 적극 유도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주택가격 변동이 연금액에 반영되는 상품 개발 ▷상속 관련 요건 완화 ▷세제 혜택 등 가입 유인 등이 제시됐다.

민간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역모기지 상품도 주택연금의 보완재로서 역할이 강조됐다. 한은 설문조사에서 민간 상품이 주택연금보다 더 유리한 조건일 경우 가입 의향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에 민간 역모기지 상품의 가계부채 규제를 주택연금 수준으로 완화하고, 종신·비소구형 상품 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명보험사의 시장 진입 유도, 정부와 민간 협회의 시장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산업화의 초석을 놓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신 분들이 황혼기에 빈곤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자산을 유동화할 길을 열어준다면 많은 고령층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자산을 유동화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