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新디젤엔진’ 탑재 승용차 개발 중

아반떼·투싼 등 ‘인기 내연차 적용 유력’ 관측

유럽 ‘디젤 규제 완화’ 등 친환경 전략변화 반영

현대차 디젤 2.2 엔진 [현대차 제공]
현대차 디젤 2.2 엔진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친환경차 체제로 대대적 전환을 추진해 온 현대자동차가 이르면 올해 3분기 출시되는 신차에 ‘글로벌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새로운 디젤엔진 차랑을 출시한다.

그동안 ‘디젤의 종말’을 내다봤던 완성차 업계의 예상을 깨는 전략적 행보로, 세계 주요시장에서 친환경 정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하고 발빠른 대응에 방점을 찍은 조치로 풀이된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2025년 9월 이후 제작될 경유(디젤) 차량은 강화된 도로주행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차량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부적으로 15인승 이하 승합차나 경·소형 화물 가스자동차 등은 디젤엔진 개발에서 제외하지만, 승용차의 경우 2020년 이후 변화된 글로벌 도로주행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한 경유 차량을 제작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적 대응과 관련 최근 LPi(LPG 차량) 모델 출시를 통해 판매량이 증가한 스타렉스·스타리아·봉고 등 상용차 제품군을 제외한 승용차 분야를 중심으로 새 디젤엔진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아반떼(8세대) 풀체인지와 투싼(5세대) 풀체인지, 4분기에는 그랜저·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풀체인지 모델을 준비중인 아반떼와 투싼 등에 새로운 친환경 디젤엔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존 ‘유로 5’ 기준 대비 미세먼지는 66%, 질소산화물(NOx)은 77% 각각 줄인 ‘유로 6’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올해 초부터 배출가스 4등급 차량의 서울시 녹색지역 운행이 제한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카이즈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내 시장에서 디젤차량의 판매 비중은 8.7%(14만3134대)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 났다. 하지만 올해는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디젤 퇴출 기조’가 완화하면서 일정 부분 반등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유연한 전략 변화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라는 게 완성차 업계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에서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은 디젤 규제와 관련 완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오는 7월부터 ‘유로 7’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최근 초안 대비 내용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 유로 6는 승용차의 경우 80㎎/㎞(디젤 승용차는 1㎞당 80㎎의 NOx까지 배출 제한), 유로 7 초안은 60㎎/㎞로 NOx 배출을 각각 제한했다.

반면 유로 7 최종안은 승용차의 경우 기존의 유로 6 수준인 80㎎/㎞로 유지하기로 선회했다. 이는 상용 디젤차에 대해 NOx 배출 허용치를 기존(유로 6) 대비 35% 더 강화하기로 한 것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최종안 수정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EU 내 주요 8개국들이 ‘기존 조치가 너무 엄격하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면서 “앞선 규제가 디젤 차량의 생산을 어렵게 만들어 아예 퇴출시키려는 의도였다면, 수정안은 업계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여 완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 해 동안 유럽에서 판매된 디젤차는 약 162만대(전체 판매 대비 14%)에 달한다. 디젤차 시장 비중이 10% 미만인 북미(약 5% 미만 추정)와 국내(8.2%)인 다른 주요시장과 비교했을 때 여전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은 투아렉, BMW는 X7과 740d 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와 CLE 모델군 등에서 꾸준하게 디젤 신차를 내놓고 있다. 아우디 역시 지난 15일 국내에서 열린 신차발표회를 통해 기존 TDI 모델에서 정숙성을 더한 새 디젤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 역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친환경 정책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풀체인지를 앞둔 아반떼와 투싼 등은 ‘작은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유연한 대응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은 다른 연료계 시스템에서도 적용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가솔린 차량의 경우에도) 오는 2026년 이후 강화될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차량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솔린 연료계 모델에도 탑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