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자회사 TV 브랜드도 한국에 상륙시켜
체급 더 낮춘 가성비 제품 대거 출시로 맹공
2023년 한국법인 개설 후 시장 공략 가속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중국 회사 TCL은 올 4월 스마트 TV 자회사 아이팔콘(iFFALCON)의 한국 상륙을 알렸다. 그리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며 판매에 나섰다. 구매 고객에겐 최대 1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아이팔콘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나의 첫 스마트 TV’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처음 TV를 구매하는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아이팔콘의 43인치 풀HD TV는 25만원 수준이다. 55인치 4K 미니 LED TV는 49만원에 판매 중이다. 85인치 4K UHD TV는 129만원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동급 제품 대비 거의 절반 가격 수준이다.
가성비 제품으로 세계 TV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TCL이 그보다 ‘체급’을 더 낮춘 자회사 아이팔콘 제품까지 앞세워 한국의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선 셈이다.
모기업 TCL도 이달부터 2025년 TV 신제품을 한국 시장에 대거 쏟아내며 대대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크기는 50인치부터 최대 98인치 제품까지 폭넓게 선보였다. 가격은 최저 30만원대부터 600만원대로 다양하다.

앞서 TCL은 지난 2023년 11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네이버에 공식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며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중국산 가성비 TV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TCL은 최근 가성비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TV를 표방한 제품까지 내놓으며 저가 이미지 탈피에 주력하고 있다. TCL의 주력 프리미엄 TV는 퀀텀닷(QD)-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다.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5에선 세계 최대인 115인치 QD-미니 LED TV를 전시하기도 했다.
미니 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촘촘하게 넣은 LCD 기반 TV다. LED 크기를 크게 줄였다는 의미로 ‘미니 LED’라고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각각 12.4%, 10.5%로 올라서며 2위 LG전자(16.1%)를 바짝 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19년째 1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전년 30.1%에서 28.3%로 하락했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면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TV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총 31.2%로, 삼성전자·LG전자의 합산 점유율 28.4%를 넘어섰다. ‘엔트리급’으로 불리는 중저가 TV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집중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TV 시장 전반이 수요 정체로 침체된 가운데 중국산 TV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한국 TV 브랜드의 입지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대응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더불어 미니 LED TV 같은 프리미엄 LCD TV 사업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OLED 및 98인치 이상 초대형 라인업을 확대하고 QLED, 75인치 이상 대형 세그먼트 내 엔트리 라인업을 강화해 경쟁이 심화하는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TV가 ‘몸집’은 커졌지만 차별화된 독자 소프트웨어 기술은 부재해 여전히 격차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지난 3월 2025 신제품 브리핑에서 “(중국산 TV의) 하드웨어는 이제 많이 따라왔다”면서도 TV의 ‘두뇌’ 격인 시스템온칩(SoC) 측면에선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SoC는 화면의 해상도를 높여주고 고화질을 구현하는 고성능 반도체다. LG전자는 자체적으로 TV용 SoC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백 상무는 “LG전자는 독자 SoC가 중요하다고 보고 오랫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