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조엘 루마(Joel Ruma) 시장. [필리핀 뉴스에이전시ⓒ]
숨진 조엘 루마(Joel Ruma) 시장. [필리핀 뉴스에이전시ⓒ]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필리핀 총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선거 유세 중이던 현직 시장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 교민과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현지 언론 인콰이어러(Inquirer)와 필리핀스타(Philippine Star)에 따르면, 23일 밤 9시 30분쯤 북부 루손섬 카가얀주 리살시에서 조엘 루마(Joel Ruma) 시장이 선거 운동 도중 총격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필리핀 경찰은 루마 시장을 겨냥한 저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사건 직후 용의자가 현장을 빠져나가 경찰 추적을 따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는 5.56㎜ 구경 소총 탄두가 수거됐고,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관중 3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시장 경호원이 대응 과정에서 쏜 유탄에 맞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정치적 동기가 있는지를 포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루마 시장은 이날 유세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스타는 리살시에서 과거에도 벤투라 발로란, 라울 델라 크루즈 등 전직 시장들이 정치적 갈등 속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필리핀은 5월 12일 총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지지자들 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마닐라 번화가에서는 한국인 남성이 오토바이를 탄 강도에게 피격돼 숨졌으며, 지난 20일에는 루손섬 앙헬레스시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유사한 수법의 강도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이번 루마 시장 피살 사건 이후 공지를 통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과 함께 강력범죄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야간 외출 자제, 인적 드문 골목 회피, 도보보다 차량 이동 권고 등 안전수칙을 재차 당부했다. 대사관은 또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선거 관련 폭력 사건은 29건에 이르며, 이를 악용한 납치·강도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