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이달들어 주식·ETF 30조원 순매수

“불확실성이 되레 기회”…가상화폐·레버리지 투자 급증

상승하는 뉴욕증시만 본 ‘로빈후드 세대’가 베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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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AFP]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위험부담이 없으면, 라리(페라리)도 없다(No risk, No rari)말하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전쟁과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발언 등으로 뉴욕증시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는 더 위험한 자산에 베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시장을 ‘기회’로 보고 가상화폐, 레버리지 투자 등에 베팅하며 큰 수익을 노리는 젊은 투자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상당했다.

불확실성이 기회? 위험한 투자자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대외 무역 장벽’ 문서를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대외 무역 장벽’ 문서를 들어올리고 있다. [로이터]

22일(현지시간) JP모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일명 ‘해방의 날’ 2일부터 16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순매수한 금액이 210억 달러(약 29조 90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투자자가 뉴욕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 방어주 등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는 와중에도 위험자산에 도박을 건 투자자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 뉴욕증시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중 무역전쟁 격화,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 동안 급등과 반복을 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뉴욕증시 지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급반등했다가 재차 하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백악관이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면서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장중 4%포인트 올랐다가 다시 밀리는 등 사상 최대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

위험자산 베팅을 주도하는 건 특히 젊은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시장에 진입한 ‘로빈후드 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후드라는 증권 플랫폼을 이용하는 젊은 투자자들을 지칭하는 로빈후드 세대는 간편하게 주식 투자를 접하는 세대를 뜻한다.

“지금이 바닥” 도박 혹은 투자 전략

뉴욕증시 호황 시절 투자를 시작한 이들은 뉴욕증시 상승기만 겪었기에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서 주식이 급락한 적은 있었지만, 이후 강력한 상승장이 펼쳐지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많은 초보 거래자가 지금이 대폭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미국 기준금리가 2020년 3월부터 0~0.25%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뉴욕증시가 크게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 낭패를 본 투자자도 상당했다. 주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패트릭 윌랜드는 최근 나스닥 지수의 하루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초고위험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수천 달러를 투자했다.

나스닥 지수가 관세전쟁 여파로 크게 떨어지자 저가 매수 전략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ETF는 20% 넘게 하락하며 손실을 안겼다. 윌랜드는 “이렇게 큰 변동성이 있을 때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조심스러운 투자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위험자산에 투자할 의사를 밝혔다.

WSJ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거나, 특정 종목에 자산을 집중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지금은 경기침체 가능성 커” 경고 계속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AFP]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AFP]

전문가들은 시장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경고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안정 신호를 보이던 중에 금융시장 변동성 및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현재를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때문에 경기침체나, 경제 성장은 멈추고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관세는 기업 이익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