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로 확대됐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2일 강남권의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해제한 지 41일만이다. 규제 지역이 처음으로 ‘구’(區) 단위로 지정되는 등 종전보다 확대돼 기존의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전체 면적의 27%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대상으로 묶이게 됐다. 강남권과 서울 일부 지역에선 토허제 해제와 확대 재시행 예고가 맞물리면서 한 달여 동안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다가 떨어졌고, 막판인 지난 주말엔 당국의 단속을 피한 매도-매수 ‘007작전’으로 시장이 어수선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까지 가계대출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은행 창구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토허제 방침을 한 달여 만에 180도 뒤집은 것은 해제 이후 집값 급등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번은 ‘토허제를 풀지 못해’ 또 한 번은 ‘토허제를 해제해서’ 사과해야 했다. 오 시장은 1월 14일 토허제 해제 적극 검토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잘못하면 기름 붓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어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며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정부 합동 브리핑에선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토허제 대상 지역에선 아파트를 거래할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2년 이상 직접 거주할 실수요자만 매수가 허용된다.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도 가계 대출 관리 기조를 완화에서 강화로 바꿨다. 지난해 10월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3.50→2.75%)했지만, 시중 대출 금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예대마진(예금 대출 금리차)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에 당국이 은행권을 질타한 지 한 달만에 급선회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갭투자 관련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해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주택담보대출과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의 자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중은행들이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문턱을 대폭 높였다.

이러한 오락가락 부동산·대출 정책은 결국 정부만 믿고 거래에 나섰던 이들과 실수요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긴다. 게다가 지금은 계엄·탄핵으로 인한 정국의 불확실성과 대외 통상 환경의 악화로 인한 환율·물가·금리·주가의 변동성이 큰 국면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책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가계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섣부른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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