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신풍에 날린 돈만 2억원입니다. 끝까지 믿고 물타기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주부 K씨)
“주가 폭락에 오너 비리라니, 언젠가 오를 거란 믿음으로 버텼는데.” (직장인 P씨)
한때 21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1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도박’이다. 심지어 오너가의 횡령 비리까지 터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신풍제약 창업주 고(故) 장용택 전 회장의 아들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는 주가가 급락하기 전 먼저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 코로나19 치료제를 이유로 신풍제약은 초보 투자자까지 앞다퉈 ‘묻지마 투자’ 광풍까지 일으켰던 회사다. 무려 18만명이 투자에 뛰어들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믿기 힘든 주가 폭락, 고위 임원 횡령, 오너 비리, 내부 정보 불법 사용 의혹까지, 상상할 수 있는 악재는 모두 쏟아졌을 정도다. 신풍에 빠져 나락에 빠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신풍제약 소액주주는 14만명에 이른다.
![[네이버 증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1f43d1884e65485ca23fa7aea2ec6cdd_P1.png)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엔 창업주 아들, 장 전 대표가 있다. 이번엔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 손실을 회피한 혐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장 전 대표와 신풍제약 지주사인 송암사를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2021년 4월 본인과 가족들이 운영하던 송암사 보유의 신풍제약 주식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아치웠다. 당시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서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는데, 증선위는 장 전 대표가 악재를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피한 손실액 규모도 369억원에 달한다.
신풍제약 측은 장 전 대표가 지분을 매각할 당시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시험 관련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신풍제약 본사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a16ed428a05a46bbb4106a0b5558a858_P1.jpg)
장 전 대표는 이에 앞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미 재판을 받는 중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장 전 대표는 의약품 원재료 납품업체와 허위로 거래해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재무제표를 허위로 공시한 혐의도 있다. 장 전 대표 뿐 아니라 고위 임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그야말로 모든 악재란 악재는 다 터지는 셈이다.
이 모든 피해는 결국 주주, 투자자들의 몫이다. 신풍제약은 코로나 확산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고, 투자 광풍의 대표주자 격으로 떠올랐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신풍은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직접 선언한 것이다.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신풍제약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d264e5704c78433280d2c6c6386a850f_P1.jpg)
이 소식에 신풍제약 주가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6000원대였던 주가는 2020년 9월 21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고, 지금은 1만원에도 못 미친다.
신풍제약의 소액주주는 2019년 말만 해도 1만7000여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16만6000여명으로 폭증하더니 2021년 말엔 18만4000여명에 이르렀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여전히 소액주주는 14만명에 이른 상태다. 여전히 신풍제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다.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ab7d758735484b5389a2c336cb779ee7_P1.jpg)
이들이 각종 악재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사이, 창업주 아들은 실패를 미리 알고 빠져나겠다는 의혹이 일었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투자가 불가피한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신풍제약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의 투자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