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이 실리를 챙긴 자리였다. 일본은 안보 이슈에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미국은 1조달러(약 1460조원) 규모의 일본 투자를 약속받아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 상호 관세와 같은 껄끄러운 주제는 묻어 두고 서로 이득이 되는 정책과 약속을 주고받은 것이다. 트럼프 손자의 황금투구까지 준비했다는 일본의 ‘아부의 기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로선 무엇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북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했던 트럼프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킨 점은 다행이다.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반영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북미 협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새로운 황금기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과 대중 견제를 위해 미·일 동맹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이시바가 안보 공약과 함께 원했던 바다. 일본이 대미 투자액 1조달러 확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확대, 국방비 대폭 확대 등 선물보따리를 안긴 결과다. 이시바는 도요타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싶다”고도 했다. 치밀한 계산 하에 크게 밑지지 않는 선에서 생색을 내며 국익을 챙긴 셈이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일본의 센카쿠 방위와 대만의 강압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명시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영토 갈등에 명확한 입장을 보인 것인데 최근 중국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하는 우리로선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균형점을 찾는 것도 고민거리다.
그런데 한국은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중요한 시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트럼프 정부에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실용적인 일본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우리 강점을 내세워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우리 입지가 난감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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