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률은 5개월만에 2%대로 작년 7월(2.6%)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 안정 목표인 2.0%에 근접하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경기 침체와 갈수록 악화하는 저성장 전망이다. 경기침체에 동반된 물가상승, 즉 성장 없는 고물가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일으킨 관세전쟁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최악 시나리오’를 손에 쥐고 있는 형국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작년 중순까지 2~3%를 오갔던 상승률은 작년 9월(1.6%)과 10월(1.3%) 연속 1%대를 기록하며 꺾였지만, 이후 방향을 바꿔 11월 1.5%, 12월 1.9% 오름새로 돌아선 뒤 1월엔 다시 앞자리를 갈았다. 1월 7.3% 오른 석유류와 작년 12월부터 1400원대로 올라서 1450원대 안팎에서 움직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영향이 컸다. 민생엔 숫자 이상의 ‘악성’이었다. 외식 제외 보험료·여행 등 개인서비스 물가 3.5%, 채소류 4.4%, 축산물 3.7%, 수산물 2.6%, 가공식품류 2.7%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향후에도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엄존하고, 소비·수출·투자·고용 등의 지표와 흐름도 좋지 않아 우리 경제가 자칫 ‘저성장 고물가’의 최악 상황을 맞딱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확대하면 수입물가가 더 상승한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도 1월말 4110억달러로 4년 7개월만에 최저치였다. 이 가운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중순 1.6~1.7%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전망치 평균은 12월말 1.7%에서 1월말 1.6%로 낮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1400원대와 1500원대의 두 가지 경우 환율 전망을 내놓으며 후자에서 성장률은 1.3%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개의 시나리오를 가를 관건은 ‘정치와 분리된 경제 정책 대응력’과 ‘정치적 불확실성의 조기 수습 여부’다. 무엇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고 , 탄핵 정국을 극복해 불확실성을 어서 해소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자 재계의 절박한 요구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대선이나 개헌 운운하며 분란만 키우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곳간은 무너지고 있는데 벌써부터 ‘뜨신 밥’이나 나눠드실 생각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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