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소유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존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으로,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번 발언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말 한마디로 필요할 때마다 국제 사회를 압박하며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고 있다. 한국 역시 그의 전략적 충격 요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을 떠올리게 한다. 200만명의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땅을 뺏고 군대를 주둔시키겠다는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물론, 전통적인 동맹국들조차 강하게 반발하고,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은 즉흥적 망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주민 이주’라는 급진적 제안을 통해 중동내 일부 국가들이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접근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무관심한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해 갈등이 격화됐다며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트럼프의 속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가자 구상’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국제적 반발이 큰 제안이지만 전략적 목적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북핵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도 유사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과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해안가에 콘도를 짓도록 권유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입장이 배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패싱’ 속에서 북핵 문제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가자 구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한미 간 의견차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8위인 한국을 향한 관세 압박도 대비해야 한다. 이미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위협하며 협상을 진행중이고, 중국과도 추가적인 관세 부과와 소포 반입 금지 등 다양한 압박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압박을 경험한 바 있다. 극단적인 선택지로 몰아넣은 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트럼프 스타일을 꿰뚫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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