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지난달 아이를 데리고 영유아구강검진을 받으러 치과에 갔습니다. 동네에는 영유아구강검진을 하는 곳이 없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치과로 원정을 갔습니다. 멀긴 했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치과에 가는 것이라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도착해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대기. 잠시 후 진료를 받는데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의사가 문진표를 훑어보더니 아이의 입 속을 대충 한 번 보고 끝이었습니다. “아이 이가 깨끗하다. 문제 없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 아이의 양치를 시키다 치아에 하얀 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해서 어린이치과를 찾아갔더니 충치라는 겁니다. 일주일 전 검진 때도 문제가 없었다고 했더니 “그 의사가 제대로 안 본 것이다. 그 전부터 진행됐다”고 했습니다.
[사진=123RF]
부랴부랴 치료를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좀 황당했습니다. 검진을 했던 의사는 대체 뭘 본 건지, 그 말만 믿고 다른 치과에 가지 않았더라면 충치가 있는지도 몰랐을텐데…. 아찔하고 화도 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영유아검진이 허술한 건 이번만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두 차례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을 때에도 부모가 문진표 작성하는 부분이 주(主)고 검진은 그냥 형식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영유아검진 안내에 써 있는 발달 지도 같은 건 없고, 부모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귀찮아하면서 대답해주는 식이었습니다. 궁금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지만 왠지 미안하고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유일한 소득은 아이의 키와 몸무게 등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퍼센트로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부모가 키와 몸무게를 셀프로 측정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면 퍼센트가 나오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의사의 검진 자체는 ‘하나 마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엄마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엄마들이 만족스런 영유아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꼼꼼하게 잘 봐주는 병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고 편차도 심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엄마들은 자세히 봐주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그 병원에만 예약이 몰려서 받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영유아검진을 전국민에게 무료로 실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질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보여주기 행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유아검진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제대로 된 검진을 실시하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부모의 문진표가 아니라 의사의 진찰이 주가 되는 검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이상은 없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때문에 영유아검진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영유아검진으로 한 단계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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