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 앞에 있는 장애물을 척척 피하며 여유롭게 운전을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두 발로 중심을 잡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따기 시작하죠. 한치의 망설임 없이 재난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가스가 새는 밸브를 잠그기 시작합니다. 드릴로 벽을 뚫는 것도 모자라 사다리를 오르기까지 하고요. 세계 재난 로봇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쥔 로봇이자 22억 원 상금의 주인공 ‘휴보(Hubo)’입니다.

*세계 최강의 재난 대처 로봇, 휴보가 ’자동차 운전‘ 과제를 해내는 모습.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PRA) 로보틱스 챌린지가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시에서 열렸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예선을 치른 끝에 결선 대회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를 비롯해 한국ㆍ일본ㆍ독일ㆍ이탈리아ㆍ홍콩 등 6개국 24개팀이 출전했죠. 한국에서는 카이스트(KAIST)와 서울대, 로봇 기업인 로보티즈 3팀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순위는 60분 안에 가장 많은 과제를 빠르게 수행한 팀이 좋은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가려집니다. 주어진 과제는 ▷자동차 운전 ▷차에서 내리기 ▷문 열기 ▷밸브 잠그기 ▷벽에 구멍 뚫기 ▷스위치 내리기 ▷울퉁불퉁한 길 지나기 ▷계단 오르기. 5일과 6일 한 번씩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이 가운데 더 좋은 점수가 최종 평가에 반영됩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휴보의 모습. (카이스트 제공)

과제를 수행하는 휴보의 모습. (카이스트 제공)

과제를 수행하는 휴보의 모습. (카이스트 제공)

이 가운데 카이스트의 ‘휴보’는 첫날 드릴로 벽을 뚫는 과정에서 드릴이 손상돼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과제를 포기해야만 했죠. 중간 순위는 6위. 하지만 다음날 재도전에 나선 휴보는 8개 과제를 실수 없이 모두 마칩니다. 소요시간은 44분 28초로 과제를 모두 해낸 3개팀의 로봇 중 가장 빨랐습니다.

“완성된 로봇이 아니라 완성까지 가는 단계를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재난 로봇은 원전이나 전쟁터같이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함께 고생한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강의 재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교수가 전한 소감입니다. 그는 로봇 기술 선진국인 미국ㆍ일본ㆍ유럽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이들과 교류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도 덧붙였죠.

세계 최강의 재난 로봇 휴보를 시작으로 한국도 로봇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바라보고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로봇산업 인프라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개팀 가운데 무려 10개팀이 한국에서 개발한 로봇 본체와 부품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던 만큼,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로봇 코리아’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세계 최강의 재난 대처 로봇, 휴보가 8개 과제를 44분 28초에 해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