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화려했던 삶 나 자신보단 기획된 이미지 대중의 사랑도 진짜라 생각해본적 없어 새 싱글 ‘O’·‘기적’ 작사·작곡·프로듀싱까지 지금의 난 연예인 아닌 하고싶은 직업 선택한 것
다시 ‘홀로서기’다. “사실 전 지금의 상황이 낯설지 않아요.” 박지윤은 최근 3년간 몸 담았던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그 후 두 곡이 수록된 새 싱글을 발매했다. “10년간 소속사 없이 지냈던 당시 7, 8집을 냈어요. 그저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새 앨범 발매 홍보자료를 스스로 작성하고, 기자와 직접 연락해 인터뷰 장소를 잡았다. 시간은 라디오 생방송 4시간 전, 장소는 상암 MBC 지하의 한 카페. “거기가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요.” 인터뷰 당일엔 ‘박지윤 크리에이티브’라는 발신자로부터 사진 몇 장이 전달됐다. 연예계 생활의 정점을 찍어본 그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홍보팀도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연예인의 삶을 살았고, 화려한 모습으로 해본 것도 많았죠. 누군가에 의해서 기획도 되어봤고요. 저한텐 그 길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박지윤이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알고 보니, 제겐 좀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아요.”
1994년 해태제과의 CF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선명한 이목구비, 신비로운 분위기의 ‘튀는 외모’를 그 많은 기획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광고도 찍고 드라마도 찍었다. 1997년엔 ‘하늘색 꿈’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여고생 가수는 등장부터 주목받았다. 박진영과 만나 작업한 ‘성인식’은 그에게 ‘섹시 여가수’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그 후 2003년까지 박지윤은 늘 정점에 있었다.
“혼자가 되기로 결정한 건, 앞으로 길게 하고 싶은 것이 제 음악이었기 때문이에요. 이전 소속사에서도 춤을 추며 노래하는 화려한 모습, 외적인 부분을 더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아요. 대중이 기억하는 제 모습 역시 ‘하늘색 꿈’과 ‘성인식’일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 때의 전, 스스로 그것을 해냈다기 보다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제게 주어진 것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교육받았고요. 하지만 보람은 없었어요. 제 자아가 생기고, 하고 싶은 음악이 생기니, 누군가에게 제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 거예요. 기획사에는 좋은 시스템이 있지만 상업적으로 맞춰가야할 부분이 있어요. 이제는 굳이 타협할 나이도 아니고요.”
박지윤의 공백기는 길었다. 그 시간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2003년부터 7년을 흘려보낸 시기였다.
“뭔가를 열심히 하고 났을 때 그 작업물의 결과가 누구의 것이냐고 한다면, 대중은 박지윤이 모든 것을 다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물론 돈도 벌고 얻은 것이 많죠. 솔직히 말하면 돈도 많이 벌지는 못했고요. 제가 했던 것은 제가 아닌 기획사의 물건이었고요, 인기는 정말 물거품 같은 거죠. 성향상 나서서 하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연예인으로 사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인생에서 길게 봤을 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화려한 연예인의 삶이 버거웠고, 자신을 드러내며 경쟁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박지윤은 고백한다. 10대 때에는 “그만두고 싶다고 떼를 많이 썼다”고 한다. “늘 외로웠고, 혼자 짊어져야하는 상황이 버거웠다”고 말한다. 계약으로 묶여있는 관계로 인해 흘러온 시간이 길었다. 고민과 생각을 거듭하며 자아를 찾아갔고, 7년의 공백을 지나 내놓은 앨범이 2009년 발매한 ‘꽃’이었다.
“업계에서는 제2의 성인식을 원했고, 음악하는 사람들은 박지윤이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어요. 양쪽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해보고 싶은 걸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다시 그 때처럼 스스로 내놓은 새 싱글은 9집 앨범 수록곡의 일부(‘O’, ‘기적’)다. 홍대의 여느 싱어송라이터처럼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직접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가고 있다. 이번 싱글은 “계절에 맞게 좀 더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곡”으로 담았다. ‘기적’은 피아니스트 조윤성, 베이시스트 성민제와 박지윤의 목소리가 만났다. ‘O’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불안한 감정이 실리도록” 신경쓴 노래다. 편곡에서도 ‘우주의 공간감’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앨범 재킷에 실린 물가 사진도 박지윤이 직접 찍었다. 앞으로 싱글을 몇 장 더 낸 뒤 내년엔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단독 공연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30대 중반의 여가수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제 입으로 하기는 좀…여전히 많은 분들이 그러세요. 아직도 이렇게 예쁘고, 춤도 추면서 보여줄 게 많은데 왜 그걸 안 하냐고요. 저는 사실… 연예인으로의 삶을 선택했다기 보다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한 거예요. 대중의 사랑이 진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그게 사라질까 불안하고 두렵진 않고요. 지금처럼 음악을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갈 수 있다면, 제 음악을 어느 정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그게 가장 행복한게 아닌가 싶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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