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2)씨는 지난 지난 6월 서울 중랑구 조모(30)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시가 2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 등 총 475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김씨는 이외에도 2006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중랑구 일대 및 상점, 대형문고 등에서 61차례에 걸쳐 2억7000만원 상당의 귀금속과 물품을 훔쳤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김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를 위해 김씨의 집을 찾았던 경찰은 지난 5년여의 범행 일기가 적힌 탁상 달력을 발견했다. 김씨는 탁상용 달력에 ‘XX동 XXX호 작업’ 등 범행 기록을 남겨놨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는 일기형식으로 범행 수법을 일일히 상세하게 기록해놨다. 절취품이 많은 곳은 ‘왕대박’, 적은 곳은 ‘별로’ 등으로 표시한 후 절취품이 많았던 왕대박 집은 다시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범죄 일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는 달력에 기재된 범행장소와 압수품 등을 들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범죄일기가 범행을 입증하는 주요 자료가 됐다. 그가 훔친 물품을 장물업자에게 팔아 넘긴 흔적도 범죄일기를 통해 추적 가능했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범죄 일기를 남기는 경우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3월 황모(41)씨는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노트북을 훔치는 등 8차례에 걸쳐 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구속됐다.
황씨는 물품을 훔친 후 범행 내용과 당시의 심정을 자세히 기록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일기장에 “회사 입사 3개월만에 회사물품 절도죄로 해고됐다. 망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난 백화점에서 작은 액세서리를, 서점에서는 책과 필기구를 훔치며 살고 있다. 왠지 괜히 비싼 작은 것들을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진다”고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모(16)군 등 10대 가출 청소년 3명이 함께 절도 등 범행을 저지르면서 훔친 노트북에 범행일기를 작성하고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을 쓴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의 문을 열어 노트북을 훔치고 주택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 현금 70만원을 훔치는 등 모두 268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훔쳤다.
김군이 작성한 이틀치의 ‘범죄일기’에는 찜질방에서 라커털이를 한 사실, 훔친 돈으로 치킨과 대패삼겹살을 사먹은 이야기, 늦은 밤 주택에 침입해 돈을 훔치다 들켜 도망간 이야기 등이 자세히 묘사돼 있었다.
일기에는 “2010년 12월 1일 오늘도 돈을 마련하기로 한 우리 삼인방! 첫번째 털기로 한 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 그 집에서 15만원이 나왔다…나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한 것 같다. 꽃다운 나이 이러고 살고 있다. 2010년 12월 2일 오늘 내가 찜질방에서 라커를 털었다. 털었는데 8만원 정도 나왔다. 흐뭇했다”고 적혀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기록을 남기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추후 범행을 위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등 치밀한 범죄 계획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 지능범이 종종 있다”라며 “또한 아직 가치관이 성립이 되지 않는 어린 청소년의 경우는 범죄를 한 자신이 영웅이 된 것처럼 느끼고 무용담을 적으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