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 달여 앞둔 만삭부인을 살해한 의사가 알고보니 어릴 때부터 게임에 중독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영주)는 23일 부인 박모(29)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대학병원 의사 백모(31)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몰두, 중독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범행이 발생한 지난 1월 백씨는 전문의 자격 1차 시험을 잘 보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장시간 게임에 몰두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백씨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을 때 부인 박씨와 싸움이 나 우발적으로 그의 목을 졸랐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박씨의 사체에 손톱자국이 없어 액사(縊死,손에 의한 목눌림)가 아니라는 백씨의 주장에 대해 액사가 늘 목에 손톱자국이 남는 것은 아니라는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했다. 또 박씨의 목 내외부의 피부 상처와 출혈 등은 액사의 전형적인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미국의 경우 임산부의 사망 원인 1위는 살인이며 특히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경우 사고사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백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백씨가 검찰에 송치된 지난 4일부터 20일간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을 동원해 백씨의 진술을 분석하는 한편, 법의학자 3명과 컴퓨터 게임중독 전문 정신과 전문의, 공학자 등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백씨는 서울 마포의 오피스텔 안방에서 박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욕조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백씨는 영장실질심사 및 현장검증에서 임산부가 쓰러지면 목이 눌릴 수 있고 또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특히 경찰이 살인에 대한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재판이 시작되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