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331표로 통과…바르니에 총리, 최단 집권 오명

마크롱 대통령, 신속히 새 총리 임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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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4일(현지시간) 파리 의사당에서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에 앞서 의원들 앞에서 연설한 뒤 연단을 내려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프랑스 하원이 4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결하면서 지난 9월 출범한 바르니에 정부가 총사퇴하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62년 만으로,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프랑스 하원은 좌파 연합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이날 저녁 표결에 부쳐 찬성 331표로 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헌법상 정부는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 이날 현재 하원 재적 의원은 총 574명(3명 공석)이라 불신임안 가결 정족수는 288표였다.

불신임안을 발의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역시 자체 명의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과 그 동조 세력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의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으면서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기 집권 총리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바르니에 정부의 붕괴를 이끈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마침내 바르니에 정부가 폭력적인 예산과 함께 몰락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유일한 주권자는 국민이며 우리는 언제든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며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인 마크롱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린 르펜 RN 원내대표 역시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며 극좌 정당의 발의안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정부와 야당은 2025년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바르니에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 감축과 증세를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와 프랑스인들의 구매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정부 예산안의 일부 조항에 반대해왔다. 특히 RN은 바르니에 총리에게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부를 불신임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야당의 예산안 반대에 직면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2일 정부의 책임하에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좌파와 극우 진영 양쪽 모두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이날 표결이 이뤄지게 됐다.

바르니에 정부가 붕괴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역사적인 정부 붕괴로 마크롱 대통령은 또 한 번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야당, 특히 극좌 정당은 바르니에 정부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쎄뉴스(CNews)의 관련 질문에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사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국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히 새 후임 총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 마크롱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