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가동중단...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 급감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울산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입주한 대기업들이 업황 불황 여파로 공장을 잇따라 멈추고 있다.
여수산단 석유화학 입주업체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등으로 범용제품 재고가 쌓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장 가동이 멈춰지면서 지역경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 측은 1,2,3공장 가운데 2공장 5개 라인 중 3개 라인만 가동하고 2개 라인 생산을 중단했다.
여수공장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데, 주로 나프타 분해 설비를 이용해 나프타를 주원료로 에틸렌을 가장 많이 뽑아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 53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그룹의 현금창출원이었지만 이후 중국의 증산이 본격화되고,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해서 쓰던 유화원료를 자급자족하는데 성공한데다 수출단가에서도 앞서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속히 끌어 올렸다.
롯데켐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3분기 결산 66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급기야 일부 공장가동을 멈추고 감산에 돌입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관계자는 “제2공장 전체를 가동 중단한 것은 아니며, 일부 라인은 돌리고 있다”면서 “시황을 지켜보면서 재가동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 여수공장도 스티로폼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제조하는 나프타분해시설인 NCC 제2공장의 인수자 물색에도 나선 상황이다.
SM은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에 쓰이는 원료로, 중국 기업들의 증설과 경기회복 둔화로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재고물량이 적체되고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뿐만 아니라 한화솔루션(케미칼) 3개 기업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폭이 심화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입주기업인 금호석유화학 정도만 올해 흑자를 냈지만 영업익이 감소추세이고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도 나오고 있어 전사적인 불황 타개책을 논의하고 있다.
재고는 쌓이고 수출도 줄면서 여수산단 내 NCC 설비의 올해 1~3분기 가동률은 평균 79%로 매년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고 일부 공장은 가동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공장 가동이 멈출 경우 인력의 타 공장으로의 전환 배치나 공장 폐쇄에 따른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지역 상권 침체 등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연쇄 파장도 우려된다.
지난해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92조 1034억원으로 2022년(111조 5094억원) 대비19조 4060억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과 함께 전남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공장 소재지인 여수시의 법인지방소득세 세입도 급감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이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2022년 1589억여 원, 2023년 1672억여 원 등이었지만 올해 10월 말 현재 567억 원으로 1/3로 줄어 들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남도는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지난 11월 착수하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의 지정 추진을 통해 금융·재정 지원, 연구 개발 지원, 수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는 최근 산업부 주도로 열린 전국 3개 시·도 석유화학산단 간담회에서도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곧 지역경제의 위기”라고 강조하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과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 주요 기업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줄 것을 정부에 적극 요청했다.
정부도 장기불황에 빠진 유화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여천NCC,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등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을 상대로 현장 분위기를 청취하고 상경했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이달 안에 유화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기업들 간의 빅딜을 유도하기 위한 M&A 독과점 규제 완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