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45년 만의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경찰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근무하는 경찰 A씨는 4일 새벽 2시30분께 서울 강북의 집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소속 경찰서로 복귀했다. 그는 “비상 근무 명령이 떨어지며 사무실로 일찌감치 나갔다”고 말했다. 언론에선 ‘갑호비상’, ‘을호비상’ 발령을 경찰이 검토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갑을 비상이 뭐길래?
경찰청 훈령인 ‘경찰 비상업무 규칙’에는 경찰관의 비상근무 유형이 규정돼 있다. 비상 등급은 기본적으로 ▷갑호 비상 ▷을호 비상 ▷병호 비상 ▷경계 강화 ▷작전 준비 태세 등 5개로 나뉜다. 경찰청장을 비롯해 각 시도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에게 발령 권한이 있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10시24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경찰청 경비국은 자정을 전후로 전국 시도청과 경찰서에 ‘경계 강화’를 발령했다. 이 비상 등급에선 경찰관이 당장 소집되는 건 아니나,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고 바로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경계 강화는 4일 이른 아침에야 해제됐다.
이와 별개로 서울경찰청은 이날 12시50분쯤 “오전 1시를 기해 ‘을호비상’을 발령할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다만 대기하라는 경찰청의 지시로 서울경찰청의 을호비상 발령이 실행되진 않았다. 그 사이 국회에 상정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참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경찰의 비상 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을호비상은 ▷대규모 집단사태·테러 등의 발생으로 치안질서가 혼란하게 되었거나 그 징후가 예견되는 경우 ▷국제행사·기념일 전후 치안 수요가 증가할 때 내려진다. 경찰관은 휴가에서 복귀해야 하고, 가용 경찰 인력의 절반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지난 2010년 3월 서해에서 해군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경찰청이 을호 발령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 때도 통상 을호비상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단계 중 가장 높은 갑호 비상은 ▷계엄이 선포되기 전의 치안 상태 ▷대규모 집단사태·테러 등이 발생했거나 현저한 조짐이 있을 때 떨어진다. 이때는 모든 경찰관의 휴가는 중지되고 100% 경력이 동원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당초 서울경찰청 기동단에 국한돼 갑호 비상이 떨어졌단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발령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갑호 비상령을 내린 바 있다.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할 때도 해당 지역의 경찰서에 갑호 비상이 발령되기도 한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5일 오전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도 했다.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벌어진 국회의원 국회 경내 진입 차단 등 경찰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