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리] 대한민국이 12월3~4일 개발도상국,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일을 겪었다.

창피하고, 답답한데, 희망도 솟는다.

그럼에도 뭔가 정리가 필요하다. 차라리 동화 속으로 가볼까. 한국관광공사는 삼척 하이원추추파크,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마을, 대전 대동하늘마을, 봉화 분천 산타마을, 정읍 엥겔베르그 유럽마을 등 5곳의 동화같은 여행지를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철도사에 특이한 철로구역은 영동선 삼척시 도계-나한정-흥전역 사이 ‘Z’자 스위치백, 삼척시 흥전-심포리-태백시 통리역 사이 ‘ㄹ’자형 선로, 추풍령의 스크류식 회전철로 등 세 곳이다. 모두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오르기 위한 방법이다. 삼척,태백의 특이 철로들은 백두대간 경동지괴 때문에 바닷가와 멀지 않은 평지가 갑자기 솟은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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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하이원 추추파크[하이원리조트 제공]

삼척 하이원 추추파크는 스위치백 선로 한가운데, 신라 거점 사찰 흥전사터가 있는 오봉산의 4부능선 쯤에 있다.

장쾌하고 다부진 오봉산 산줄기를 따라 눈꽃이 환하게 피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스위치백트레인을 타고 바라본 설산은 가히 하얗다 못해 푸르다.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철도테마 리조트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트레인과 옛 영동선 철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키즈카페와 체험형 실내동물원, 독채형 리조트 시설을 두루 갖춰 동화 같은 기차 마을 여행지로 꼽힌다.

하이원추추파크의 대표 체험시설은 스위치백트레인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은 1963년 첫 개통 이후 2012년 6월 솔안터널이 완공되면서 50년의 역사로 마감해야 했지만, 하이원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구간을 보존하려 다시 경적을 울렸다. 증기기관차와 같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클래식하게 꾸며 볼거리를 더했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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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트레인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추추스테이션 입구[길지혜 작가]

그 옛날 기차는 어떻게 험준한 고갯길을 넘었을까. 옛날에는 고개 위 통리역과 고개 아래 심포리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통리재의 경사가 너무 심해 더는 가지 못하고 멈춰야만 했다. 과거 승객들은 걸어서 고갯길을 오르내렸다. 화물열차는 쇠밧줄로 한 량씩 끌어서 올리거나 내려보냈고, 고개 아래가 스위치백 구간이었다. 스위치백은 경사가 가파른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고저차를 극복하기 위해 갈지자(之) 형태의 기찻길을 설치해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다니는 산악 철도다. 하이원추추파크의 스위치백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과 흥전삭도마을을 왕복(16.8km)하는 110분 코스다.

3량으로 연결된 기차는 칸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 가운데 칸은 고풍스러운 조명으로 꾸며졌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배경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의 역사를 이어가는 이헌문 기관사는 국내 유일하게 남은 지그재그 기차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담아 해설을 직접 한다. 철로 변경을 위해 스위치백트레인의 앞뒤를 오가는 동안, 모든 승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할 정도로 친절하다.

기차는 흥전삭도마을에서 30여 분 정차한다. 이 마을은 폐광지역의 산업유산을 활용한 관광자립형 마을로 기찻길 옆 벽화마을, 트릭아트 포토존 등 볼거리를 제법 갖췄다. 마을회관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추추찹쌀도넛과 잔치국수, 채소전, 전병 등 따끈한 주전부리는 겨울의 찬 공기를 녹인다. 기차 안에서 미리 주문해두면 정차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주니, 드라이브스루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하이원 추추파크
하이원 추추파크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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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추추파크 겨울 [길지혜 작가]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추추스테이션은 유럽 고성처럼 우뚝 솟아 멋스럽다. 내부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2층 체험형 실내 동물원 ‘장생족장과 함께하는 정글대탐험’ 동물원에서는 황금 앵무새, 미어캣, 크레스티드 개코, 파란혀도마뱀, 사향고양이 등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절지류, 양서류, 파충류 등 60여 종의 동물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동물해설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동물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어 알차다. 1층 슈퍼윙스 키즈카페는 계절과 날씨와 상관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이다. 외부에는 미니트레인과 회전목마, 미니관람차, UFO스윙 등 놀이기구가 있고, 부대시설로 편의점과 특산물판매점, 오락시설 등이 있어 온종일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이원추추파크는 편안한 여행을 위한 네 가지 형태의 숙박시설을 골고루 갖췄다. 네이처빌은 프라이빗 빌라 형태의 단독형 숙박시설로 15동 규모다. 북유럽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전경의 이국적 분위기의 객실이다. 큐브빌은 현대식 옥상정원으로 꾸미고 경사 지형을 반영하여 만든 객실이다. 아이들은 실제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트레인빌을 선호한다. 총 7개 객실 가운데 다자녀를 위한 가족형 다인실룸인 트레인패밀리는 최대 6명까지 머물 수 있다. 총 35동의 글램핑장도 마련되어 겨울철 낭만의 야외 바비큐도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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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 탄탄파크 [길지혜 작가]

우리나라 탄맥을 품은 통리탄탄파크도 지척이다. 1982년 개광해 2008년 폐광까지 탄광도시 태백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한보광업소 통보탄광의 자리였는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으로 유명해져, 유시진 대위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광장의 발칸이오니아 건물에서는 동물과 함께하는 AR포토존과 용궁체험이 아이들에게 인기다. 미디어아트로 빛을 품게 된 갱도는 ‘기억을 품은 길’에서 시작해 ‘빛을 찾는 길’로 나오며 탄광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는다. 두 갱도 사이에는 백두대간의 풍광이 펼쳐지고, 산책로 곳곳에 공룡 알 언덕, 놀이터, 천산포구, 종이비행기 조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도계유리나라와 도계나무나라가 마주한다. 도계유리나라는 채탄작업에서 나오는 석탄 폐석을 활용해 예술과 재생을 융합한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폐교된 심포초등학교 자리로 8만 6719㎡ 드넓은 부지다. 유리갤러리, 지하 광물 박물관,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추고 블로잉(Blowing,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모양을 만드는 기법) 시연을 매일 5회 진행한다. 유리공예체험은 체험자와 체험지도사 1:1로 운영되며 램프워킹, 페인팅, 유리 목걸이 만들기 등의 체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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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 유리나라 [길지혜 작가]

천진난만한 표정의 피노키오가 지붕 위에 걸터앉아 눈길을 끄는 도계나무나라도 함께 둘러보자. 삼척시는 대부분 고지대 산간 지형으로 형성되어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도시다. 도계나무나라는 이러한 산림자원을 쉽게 이해하고 접하도록 전시실과 나무놀이터를 운영한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약 4900년 된 ‘므두셀라’의 모형이 눈길을 끈다. 또 전문 목공예체험실에서 필통, 도마, 우체통 만들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도계읍에는 도계전두시장과 도계역, 도계급수탑 등 석탄과 기차산업의 발자취가 남은 여행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 볼거리다. 둘레 9.3m, 높이 24.5m에 이르며 일반 느티나무보다 잎이 더 길고 좁은 모양으로 자란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마을 성황목으로 여겨져 음력 2월 15일 도계 영등제를 개최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로 이곳을 다녀온 길지혜 여행작가는 당일 여행 코스로 하이원추추파크→ 통리탄탄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를, 1박 2일 여행 코스로 첫날 통리탄탄파크 → 하이원추추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둘째 날 도계전두시장(4,9일 5일장) → 도계급수탑 →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계여자중학교 맞은편) → 환선굴을 권고했다.

숙박은 하이원추추파크, 쏠비치호텔&리조트 삼척,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을, 식당은 하이원추추파크 추추상회(백반), 백두대간(청국장), 텃밭에노는닭(물닭갈비) 등을 추천했고, 주변 볼거리로 미인폭포, 이사부사자공원, 해신당공원, 몽토랑산양목장 등을 소개했다.

[한국관광공사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 상세 정보, 길지혜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