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만에 최고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전장 대비 2.61% 급등
美,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한국산 HBM도 적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2월 첫 거래일, 뉴욕증시에서는 최근 저조했던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기술주가 불을 뿜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2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8.65포인트(0.29%) 내린 4만4782.00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77포인트(0.24%) 상승한 6047.15에, 나스닥종합지수는 185.78포인트(0.97%) 뛴 1만9403.95에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는 직전 거래일(11월 29일)에 이어 이날 종가 기준 2거래일째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만에 최고치 기록을 다시 쓴 셈이다.
최근 우량주 및 전통산업 위주의 다우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기술주가 모처럼 강하게 상승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2.61% 급등하며 지난주의 저조한 분위기를 일신했다. 필라델피아 지수의 대장주 엔비디아는 강보합에 그쳤으나 TSMC가 5.27% 급등했고 브로드컴(2.73%)·ASML(3.62%)·AMD(3.56%)·퀄컴(2.84%)·Arm(4.51%) 등 주요 종목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기술주 전반에 매수 우위 분위기가 형성되자 나스닥 주요 종목도 흐름에 올라탔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은 모두 상승했으며, 메타플랫폼과 테슬라는 3% 넘게 올랐다. 특히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했다는 소식 등에 힘입어 주가가 3.46% 상승했다.
이날 반도체 및 AI 관련주에 화색이 돈 것은 미국 상무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관보에서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차세대 고급 무기 체계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는 선단 반도체의 생산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 패키지를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는 이번 수출 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에 도입된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기술주에 전적으로 호재라고 볼 수 없다. 한국산 HBM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와 일본은 면제함에 따라 해당 국가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오히려 이익 성장 기대감이 더 커졌다.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 상무부는 즉각 “경제적 압박이고 비시장적 관행”이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 무역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한편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으며, 어떠한 부정 행위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주가가 28% 이상 폭등했다.
존 스톨츠퍼스 오펜하이머 최고 투자 전략가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현재 S&P500 및 여러 벤치마크 지수는 5년 평균보다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보이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고평가 우려를 받고 있다”면서도 “경제와 기업 및 소비자가 올해 내내 보여준 회복력은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트럼프 당선 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신중론으로 좀 더 기울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싱크탱크 미국경제연구소(AIER) 주최 행사 연설에서 “현재로서는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서도 “그 결정은 회의 이전에 나올 지표가 예상보다 높아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내 예측을 바꿀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2일 국내증시는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3포인트(0.06%) 내린 2454.48에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관련 추가 수출 규제의 수준이 예상된 수준보다 완화됐다는 보도에도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11% 하락한 5만36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강세를 보였던 SK하이닉스도 등락을 반복하다가 전 거래일보다 0.69% 하락한 15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