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비만과 탈모를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대해 법정 제재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해 7월 2일 방송분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분은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직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남성 회원의 신규 가입 조건을 소개하면서 특정 코미디언과 탈모 질환을 앓는 남성들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대표는 살이 찐 사람을 두고 “북쪽 위원장 닮은 꼴”이라고 하는가 하면, 탈모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리 밑이 너무 훤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키 167cm 이하 불가”, “연봉 4000만원 이하는 가입 불가” 등의 발언과 자막도 노출됐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심의 규정에도 학력, 신체 차이, 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는데 편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위원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에 대해 열등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희화화한 게 맞다”고, 강경필 위원은 “표현 과정이 부적절했는데 방송 전 걸러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및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
방심위는 또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조사 기관 및 조사 일시, 전체 질문지 등 필수 고지사항을 누락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해 잇따라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지난해 7월 항목 고지에 신경 써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후에도 같은 누락이 반복된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가 ‘주의’를 받게 됐다.
아울러 방심위는 최근 수어 희화화 논란이 제기된 MBC TV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 신속심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드라마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인 여주인공이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山)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극 중 앵커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 보이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이를 두고 농인들과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에 “제작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류 위원장은 “시청각 장애인에게 수화는 의사 표현과 같은 건데 이걸 희화화하고 비속적 표현을 한 데 대해 관련 단체에서 항의 성명을 발표하니 결국 MBC가 사과문을 올렸다”며 신속심의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