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선희 만남 이어 김정은 러 국방 접견
트럼프 취임 8주 앞두고 북러 공조 강화 과시
한미 연합훈련 대응 북러 합동훈련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간접대화를 이어가며 ‘위험한 브로맨스’를 노골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주요 일정을 함께하며 극진히 환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벨로우소프 장관을 접견하고 ‘친선적이고 신뢰적인 담화’를 나눴다며 북러 국방분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정부와 군대, 인민이 러시아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수호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 미사일을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러시아가 이에 대응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발사한 것을 ‘정당방위권 행사’라며 러시아를 적극 옹호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찾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에 없던 ‘깜짝 만남’을 가진데 이어 김 위원장이 벨로우소프 장관을 만남으로써 북러 정상이 간접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푸틴이 국방상을 직접 보낸 것은 그만큼 김정은의 협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라면서 “최선희와 벨로우소프를 통해 두 정상이 간접대화를 가지며 김정은 방러를 서두르지 않아도 소통하는 모양새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따뜻한 동지적 인사’를 전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깊은 사의를 표했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밀월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벨로우소프 장관 접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출범을 두달여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 입장에선 트럼프 당선인 취임까지 8주 남은 시점에서 빠른 협상 국면으로 전환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과 북미대화를 동시 또는 조기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북러동맹 흔들기 견제를 위한 공조 강화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이어 “북러가 양국의 방위력 강화와 안전보장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가시화할 수 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압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북러 간 파병과 대가 지원 등으로 이미 군사협력이 위험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 분야에서의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양 교수는 “벨로우소프 장관은 북한의 군사적 지원에 감사 표시를 하고 지역안정을 위해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는데 유사시 대북 협력 및 러시아의 적극 개입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북러 국방장관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전투적 단결과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해나가는 문제’가 논의됐음에 비춰볼 때 파병을 계기로 한미동맹과 연합훈련과 같이 북러 군사동맹과 합동훈련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북한의 추가 파병과 무기·군수생산 관련 협력을 의제로 다뤘을 수 있다”며 “‘양국의 방위력 강화와 안전보장’을 교환관계에서 보면 러시아는 북한이 원하는 무기 기술, 군수생산시설 확장 등 반대급부 제공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벨로우소프 장관은 군 출신이 아닌 경제통으로 전시경제를 이끌고 제재 우회 결재를 다룬 인물로 무기 및 군수물자 확보, 제재 회피, 전후 복구 등에 특화돼 있다”면서 “북한에 제공할 경제적 반대급부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