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혹시 어떤 신앙을 가지십니까’ 물어보면, 저는 ‘정교회인’이라고 대답하는데, 그러면 상대방은 ‘그리스도를 믿느냐’고 묻는다. 당연한것인데도 말이다. 정교회에 대한 r기본적인 것을 다른 교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해 온 조성암(64·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 선임된 것을 기념해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옛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이다. 가톨릭과 함께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오래된 두 종파 중 하나로 1054년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교회와 분리됐다.
조 대주교는 그리스도교가 여러 분파로 나뉘어 경쟁하는 듯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조금만 교파가 달라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예전에 한 여대생이 저에게 와서 ‘아버지가 그리스 파트모스섬에 가서 선교를 하고 계시다’고 하더라. 성 요한이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을 집필한 그 섬은 현재 주민의 100%가 정교회인 지역이다. 그래서 도대체 거기서 무슨 선교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가 아직 퍼지지 않은 곳에 가서 선교를 하지 않고,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린 곳에 가서 다른 교파를 선교하는 행태를 두고 “서로간의 문제를 일으키고 분열과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계속해서 나눠지고 있다.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대주교는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 199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냈으며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착좌했다.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NCCK 회장으로 선임돼 1년간 활동한 바 있다. 지난 18일 NCCK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8년 만에 두번째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는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NCCK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특히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후 위기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며 “약자·소수자 편에 섰던 역사를 이어받아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뤄지는 세상, 모든 생명의 존엄이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