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방어에 ‘진땀’…유동성 위기 극복 ‘사활’
‘현금 곳간’ 채워두고 “불확실성 대비하자”
해외 원매자에도 눈 돌려…국내외 마케팅 총력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굴지의 그룹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알짜 자산들을 매각하고 있다.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주의 부담도 높아지면서 그룹에서도 향후 촉발 가능성이 있는 위기 방어에 힘을 쓰는 분위기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스페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를 최근 선정했다. 매각에 실패한 효성그룹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인수자를 다시 물색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계열사·사업부는 세계 시장점유율 1~3위권 이내 알짜 기업이다.
일례로 삼불화질소(NF3) 등을 생산하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문은 2022년 NF3 생산능력(CAPA)을 8000t까지 증설하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다. 중국 페릭(9000t) 및 세계 1위 SK스페셜티(1만3500t)과의 격차를 상당수 좁혀뒀다. NF3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고순도 세정 가스다.
이처럼 핵심 사업까지 매물로 내놓게 된 배경에는 곧 받아들 성적표에 대한 재계의 불안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에 나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포석을 뒀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차입 부담이 큰 그룹사는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있어 최근 진행되는 유동성 점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장·단기 신용등급 결정 정기평가를 1년에 두 차례 진행하는데, 현재 주요 그룹사가 사정권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사 등 대기업집단발(發)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기존에는 비주력사업 정리하며 체질개선 나섰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시장에서 팔릴만한 매물을 너나할 것 없이 내놓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다만 적기에 인수자를 찾아 거래가 원활하게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내에서는 매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 결국 해외 원매자 마케팅에 공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 또한 나오는 분위기다.
효성화학의 경우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하려던 스틱·IMM프라이빗에쿼(PE) 컨소시엄과 협상이 불발돼 인수자를 다시금 물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매각주관사로 세워 글로벌 인수자를 물색할 것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이 매각을 검토하는 바이오사업부는 라이신 등 사료 첨가제용 아미노산과 핵산 등 식품용 조미 소재를 생산한다. 실탄이 넉넉한 글로벌 PE에 더해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 등이 인수후보에 오르내린다. 매각주관은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으며, 예상 몸값은 5조원을 상회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최근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