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단다단’
황당한 설정에 폭력적·선정적 서사
그럼에도 불안한 10대들에 위안줘
‘덕중의덕’은 일본과 미국 콘텐츠, 혹은 미국에서 만든 일본 콘텐츠 등을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일덕’과 ‘양덕’ 모두 서로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가교로서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해석과 시각도 함께 태워보냅니다.
어느 시대든 ‘요즘 애들’에게 인기 많은 만화 치고 기성세대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작품은 보기 드물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단다단’(ダンダダン, 원작자 타츠 유키노부) 역시 1화부터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외계인, 오컬트, 영매사, 퇴마, 빙의 등 서브컬처적 특성들이 한데 몰아치며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1편의 중심 인물은 아야세 모모와 오타쿠 소년 오카룽. 이들은 같은 고교를 다니지만, 공통점은 전혀 없다. 모모는 학교 남학생들 모두가 예쁘다고 인정하는 ‘핫걸’이고, 오카룽은 반 친구들이 재미로 괴롭히는 만만한 안경잡이 ‘오타쿠’다. 전혀 친분이 없던 이 둘은 어느 날 교실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오카룽을 모모가 무심히 편을 들어주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오타쿠 오카룽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 이에 할머니가 영매사인 모모는 ‘유령의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터널로 오카룽을 보낸다. 반대로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믿지 못하는 모모는 오카룽이 주장하는 UFO 출몰지인 폐병원을 찾는다.
오카룽은 모모가 말했던 그 터널에서 터보 할멈이라는 요괴와 마주친다. 터보 할멈은 게슴츠레 눈알을 굴리며 그를 희롱하며 쫓아온다. 혼비백산한 오카룽, 전력을 다해 도망치지만 곧 잡혀버린다.
모모 역시 폐병원에서 외계인 3인방에 의해 납치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주선 속 실험실 의자에 결박 당해있다. 세르포 성인이라는 이 외계인들은 “종족이 모두 수컷으로만 이뤄져 있는데 자가복제로 개체수를 늘리다보니 진화가 안된다”면서 모모의 신체를 이용해 종족 개조에 나서겠다며 섬뜩한 연장을 들이댄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2021년 소년 챔프본 및 단행본 등 원작은 등급 판정 조차 받지 않았다. 콘텐츠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콘텐츠 조차 수용할 정도로 젊은 시청자들의 폭이 관대해진 것인지…. 고뇌하게 되는 순간이다.
특히 서브컬처 중에서도 소수 매니아만 좋아하는 오컬트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사실 오컬트 열풍은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연관이 깊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심리 상담과 유사한 타로, 점술, 영적 독서에서 위안을 얻는다. 게다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을 통해 타로, 점성술, 사주, 신점 등의 콘텐츠에 빈번히 노출되다 보니 오컬트 콘텐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기성세대에 비해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충격적인 1화 이후엔 그나마 쉽게 서사를 좇아갈 수 있다. 다른 넷플릭스 콘텐츠들처럼 초반 진입장벽만 넘으면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터보 할멈에게 잡힌 오카룽은 이후 할멈을 격퇴한 후 자신의 남성성 중 일부를 되찾는 데 성공한다. 이어 나머지 ‘방울들’을 찾아 나서는데, 일종의 퀘스트 깨기(?)처럼 보인다. 여기에 모모와 오카룽이 점점 서로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며 가까워진다는 소년만화적 특성이 함께 한다. 삐딱한 태도의 초미녀와 찐따로 불리는 안경(미모봉인구)을 쓴 오타쿠 커플, 그리고 핑크머리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끼) 아이라 캐릭터 등의 클리셰는 어딘가 익숙한 편안함을 준다.
다만 원작 만화에서 수위가 높은 부분을 검열·삭제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 그대로 옮긴 시도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다. 원작은 일본에서 2022년 일본 만화대상 7위, 출판사 코믹 담당이 선택한 추천만화 1위, 전국 서점직원이 뽑은 추천만화 1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4위에 랭크된 작품이다. 이처럼 대중성을 검증받은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겨올 때 사회적 통념에 벗어난 내용이라 할 지라도 원작을 보존하는 게 맞는 지, 아니면 일반 정서에 맞게 변형하는게 타당한 지에 대한 논란은 문화계의 오랜 숙제였다.
한편 최근 공개된 6~7회차에서는 요괴 ‘아크로바틱 찰랑찰랑’(아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찰’은 무용수의 꿈을 접고 홀로 곤궁하게 어린 딸을 키우는 어린 미혼모였다. 낮엔 빌딩 청소, 저녁엔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엔 성매매를 한다. 비루한 생활이지만 퇴근 후 그를 향해 꺄르르 웃으며 안기는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야쿠자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빚을 갚으라며 사정없이 아찰을 구타한다. 그 과정에서 아찰은 유리창, 유리 액자 파편에 살갗이 난자당하고 심지어 눈도 유리에 찢겨진다. 이후 야쿠자들은 딸을 납치해 데려가고, 아찰은 길바닥에서 변사한다.(원작에선 자살을 택한다) 원한으로 가득 찬 아찰은 결국 요괴가 돼 수 년간 이승을 떠돈다.
이와 같은 6~7회의 충격적인 내용에 대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생각보다 너무 맵게 표현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는 “내가 본 애니중 역대급으로 암울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7화는 세계적인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서 평점 9.8점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주시청자인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일본 애니’가 아닌, 그저 ‘요즘 볼만한 애니메이션’으로 추천되고 있다. 콘텐츠는 국적에 상관없이 콘텐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토양이 굳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