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상단 7%
시중은행도 상단 6% 돌파…비대면 창구 줄줄이 차단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최근 결혼한 정모(31)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매일같이 주거래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오픈런’을 달렸다.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 화면에는 “금일 대출 한도가 다 소진됐다”는 안내만 줄곧 나왔다. 며칠 후 아예 은행 지점으로 찾아가 상담을 받자 은행원은 “바로 전날 은행 방침에 따라 비대면은 아예 대충 창구가 닫혔다”며 “그나마 신혼부부라면 가능할 수도 있는데, 결혼식 비용 등을 증빙해야 한다”고 말해 포기하고 나왔다.
직장인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신용대출이 줄줄이 막히고 있다. 실수요자를 위한 창구는 열어놨다고 하지만,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 금리마저 상단이 7%를 넘는 등 금리는 날이 갈수록 올라만 가고 있다. 연말 대출한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 7% 돌파…비대면 창구도 ‘꼭꼭’ 문닫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금리를 4.793~7.448%로 책정했다. 이 대출상품의 금리는 금융채1년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1.528~4.183%까지 더해 결정됐는데, 최근 10월 말 3.1%대까지 떨어졌던 금융채1년 금리가 다시 3.2%대 중반을 넘어서는 등 오름세를 보이자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이다.
7%대 금리를 감수한다해도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아예 신용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3사 모두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의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통상 연말에는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창구를 거의 닫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비중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고신용자는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나와 있듯이 대부분의 고신용자들이 4~5%대 대출을 받아가고 있어 금리 상단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 역시 신용대출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비대면 창구 판매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NH직장인대출V 등 4개 신용대출 상품을 포함해 비대면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하나은행도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그리고 신용대출의 비대면 전용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이들 은행 모두 연내에는 비대면 상품의 판매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달부터 기업은행은 주력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총3개 가계대출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총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했다.
비대면 대출상품만 판매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영업점에 가더라도 대출 금리와 한도가 까다로워 대출 받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가 됐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최고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단 결혼, 가족사망, 자녀출산, 의료비 등 실수요자들은 관련 자료를 증빙해야만 연소득 1.5배 안에서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우리은행도 9가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되 결혼예정자 등 실수요자는 증빙시 기존과 동일한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 중이다.
대출금리 역시 내림세를 타기 시작한 기준금리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4.160~5.860%에서 19일 연 4.55~6.12%로 각각 하단과 상단이 0.39%포인트, 0.26%포인트 올랐다. 특히 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하며 기준금리 인하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효과’로 마통 수요 급증, 비대면 대출 연말까지 안 열린다
주요 시중은행이 이처럼 대출 창구를 걸어잠근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연말까지 대출 유입을 최소화해야 하는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가상자산과 미국증시 등 각종 투자자금을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비대면 대출접수를 연말까지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접수를 다시 받는 순간부터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할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접수 여부는 그때그때 잔액 상황을 보며 조절한다”면서도 “당행의 대출 잔액이 높아 금융당국의 경계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연말까지 비대면 대출은 재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 역시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2금융권까지 통틀어 신용대출을 문의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주택자인 직장인 A씨는 “내집마련을 위해 자금이 살짝 부족한데 모든 은행의 앱을 돌려봐도 신용대출 한도가 턱없이 적게 나오더라”며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바로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금리가 10%가 넘는 캐피탈 신용대출을 활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