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쏠림 현상도…저축은행 기업대출 80%가 수도권

상호금융은 확대…“지역 기반 관계형 금융 지향”

Warehouse employee taping a delivery box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저축은행업권의 중소기업대출이 1년 반 만에 2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업권 중소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0% 늘어났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업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최신 통계인 8월 말 기준 53조3000억원으로, 2022년 말(71조3000억원) 대비 25.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협·새마을금고·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29조5000억원에서 361조7000억원으로 9.8% 늘었다. 액수로만 살펴봐도 저축은행업권 중소기업대출이 18억원 감소하는 사이 상호금융업권에서 32조2000억원 크게 불었다.

저축은행업권은 2022년 말 금융시장 자금경색 사태 여파로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PF 대출 부실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영업 규모를 갈수록 줄여가고 있다. 업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위험 관리를 해야 하는 요인 때문에 대부분의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본업인 신용대출만 간간이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축은행들은 중소기업 특히 지방소재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지역별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8월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비중이 82.4%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 대출 비중이 지방 대출보다 큰 것은 맞지만, 상호금융업권과는 차이가 있다. 저축은행 대출 문이 닫힌 지방 중소기업이 상호금융 업권으로 몰려간 때문이다. 실제 신협(37.8%), 새마을금고(54%), 농·축협 및 산림조합(44.9%)의 수도권 대출 비중은 절반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점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는 금융수요 대비 공급이 수도권에 비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저축은행의 기업여신은 서울 지역에 수요 대비 공급 비중이 높고, 상호금융 기업여신은 수도권보다 지방에 수요 대비 공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있는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가 훨씬 크고, 기업들도 생산성이 훨씬 좋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공급됐을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이 있고, 수도권에 저축은행이 몰려 있는 구조적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중소기업대출이 줄어들면서 상호금융업권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라며 “상호금융은 관계금융을 좀 더 선호해 지역 기반 영업을 늘려가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저축은행이 너무 서울에 밀집돼 있다 보니 지방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