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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만 쳐다보는 강남 재건축단지…사업추진 사실상 스톱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구청에 제출할 관리처분 계획을 수정하고 있지만 당장 해가 바뀌는 2주 뒤부터는 관련법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상황입니다.” (서초구 A 재건축 단지 조합장)

새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표정은 울상이다. ‘9·1 대책’의 약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파트값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덩달아 국회에서는 ‘부동산 3법’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3법’의 국회 통과가 늦춰지면서 강남 재건축 조합은 사업 추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부동산 114의 시황 자료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단지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 10월 말에서 11월초 사이 일제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도 “매수세가 뚝 끊겼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잠원동 신화공인 대표는 “인근 한신5차 조합이 내년 1월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재건축이 이렇게 속도를 내도 최근에 거래가 안 됐다”며 “보통 재건축 단지엔 집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붙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선투자자들이 실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각 재건축 단지 조합들도 사업 속도를 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조합원 1가구당 1주택 제한 등 국회에 계류된 부동산 법안의 내용이 모두 사업 추진과 직결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불투명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당초 아예 폐지하는 것에서 올해 말까지인 유예기간을 3~5년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만약 유예가 결정되지 못하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이 연초부터 당장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개포시영 이승희 재건축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책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되거나 유예되지 않는다면, 분담금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무작정 빨리 추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내년 초에 구청의 분담금 심의를 받기 전까진 차분하게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내년 초에 관리처분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미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친 재건축조합은 일단 안도를 하면서도, 분양가 산정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신반포 한신5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도 “앞으로 분양가 수준을 논의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서 지금 분양가 논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우택 고덕주공2단지 조합장은 “애초에 분양가를 250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2040만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4000만원에 육박했던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 비하면 반값 수준인데 국회가 ‘부자 정책’ 운운하며 법안 통과를 늦추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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