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의 품격을 올려준 에드워드 리의 음식철학·스토리·크리에이터적 성격[서병기 연예톡톡]
[사진=넷플릭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 고국에서 어린 시절 접했던 재료로 한국음식이 얼마나 아름답고 다양할 수 있는지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꿈이었다." "주방은 화려한 장비나 고급식재료만 있는 곳이 아니고 열정이고 사랑이며 창의성이다. 도마와 칼, 호기심만 있으면 모든 방을 주방으로 만들 수 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재미교표 셰프 에드워드 리(이균·52)가 했던 말은 곳곳에서 품위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에드워드 리의 열정과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흑백요리사'의 품격을 올려놓았다. 에드워드 리로 인해 콘텐츠가 대박만 친 게 아니라 감동과 진정성, 열정, 애티튜드를 느끼게 하는 고급진 프로그램이 됐다.

수염을 길러 노회한 사부님 같은 비주얼의 에드워드 리는 요리의 깊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기능적인 요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음식철학과 관련 스토리, 크리에이터적 성격 등도 함께 알려줘 호기심까지 생기게 만들었다. 그래서 음식의 넓이와 깊이를 아울러 생각해보게 했다.

제 3화 1대1 흑백대전에서 '고기깡패'를 누르며 첫선을 보인 요리인 '묵은지항정상 샐러드'부터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에드워드 리는 팀전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팀워크에 일조하다가 막상 '장아저씨 식당'의 팀장이 되자 '불쇼'까지 하며 센터 역할을 자임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10화에서 8명이 겨뤄 2명을 가리는 세미파이널 미션 '인생을 요리하라'에서는 에드워드 리가 단연 돋보였다. 한동안 자신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정체성 혼란을 겪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인생과도 같은 '참치캐비어비빔밥'을 만들었다. 이 비빔밥은 칼로 썰어 먹는 방식이어서 안성재 심사위원으로부터 82점밖에 받지 못했음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어 두부를 재료로 하는 '무한요리지옥' 미션에서는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두부를 재료로 한 도장깨기여서 라운드가 계속되면 아이디어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드워드 리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간이 지나도 요리가 겹치지 않았다.

잣아보카도&두부수프, 구운두부와 가리비, 훈제두부와 오리고기, 두부 블록 고추장파스타와 켄터키 프라이드 두부, 유자 두부 크렘 브릴레(디저트) 등 실로 다양한 두부음식을 내놓았다. 그의 머리속에는 전통과 현대가, 한국과 미국이 자유자재로 오갔다. 과연 2010년 미국 요리 경연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의 우승자답게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TOP2가 벌이는 결승전 '이름을 건 요리전'에서도 에드워드 리는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를 선보이면서, 떡볶이로 디저트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어렸을때 떡볶이를 먹으면 항상 남았다. 풍족함과 사랑, 다른 사람을 향하는 배려 등이 느껴졌다. 그 떡볶이로 나머지 디저트를 만들어봤다."

이 설명을 듣고 요리를 보니 세 개의 떡볶이 조각의 비주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은 그만의 것이다.

에드워드 리는 "한국에 온 것은 한국인으로서 제 정체성에 대해 알고싶은 것이다. 제 요리는 항상 제 마음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에 저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는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 그래서 사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게 창의성이다. 안성재 심사위원도 에드워드 리 셰프가 재료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면서 창의적임을 인정했다.

에드워드 리는 자신도 그런 독창적 기법의 효능을 아는 듯 했다. 인터뷰에서 "제가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식 영감을 받는 것은 내가 보는 모든 것이다. 만나는 사람, 삶과 역사를 떠올리며 요리한다. 한식은 저의 영혼 같은 것이다"고 했다.

이미 글로벌화된 셰프인 에드워드 리의 이러한 창의성이 계속 발휘돼 느낌대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에 따라 해체, 조합, 배치가 자유자재로 이뤄진다면 한식의 무한한 변화를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