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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선 “사주 과몰입자지만 진짜 운명은 이조차 깨줄 사람”[인터뷰]
TV조선 ‘DNA러버’ 종영 인터뷰
유전자센터 연구원 ‘한소진’으로 살았던 계절
“시청률 아쉽지만 하고 싶은 것 다 한 작품”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DNA러버’에서 발랄하고 통통튀는 유전자센터 연구원 ‘한소진’을 연기한 배우 정인선을 11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통계가 좀 있어요. 주로 만났던 사람들의 특정 사주 일주가 있거든요.(저는 ‘을목(乙木)’이에요.) 친한 친구들도 이상하게 특정 사주를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DNA적’으로 끌렸던 상대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배우 정인선이 답했다. 그러나 그는 “운명은 오히려 불현듯 오는 것 아닐까”라며 “자꾸 마주치거나, 분명 제 기존의 룰에서는 벗어난 사람인데 이상하게 같이 있을 때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 진짜 운명적 상대”라고 정정했다. 마치 높은 허들을 세워두고 이것조차 끝내 넘어버리는 사람을 바라는 마음 같기도 하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DNA러버’ 주인공 한소진 역을 맡은 정인선을 만나 종영 소감을 물었다. 추운 겨울에 시작해 역대 최고로 더웠던 여름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간 작품이다.

정인선은 “촬영 막바지에는 시간에 쫓겨 찍었다. 초반에는 리허설을 돌고 상의를 하면서 수정해갔지만 겨울에는 눈 때문에, 여름에는 장마 때문에 촬영이 조금씩 일정이 밀리면서 결국 끝에 가서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시청률 결과도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요즘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 역주행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성적표를 떠나 배우로서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가 여태 했던 작품에서는 10가지 아이디어 중에 7가지 정도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신중히 풀어내 보았다면 ‘DNA러버’에서는 “10가지 아이디어를 13가지로 원 없이 다 시도해봤다”는 것이다.

“‘이렇게 웃으면 너무 푼수같아 보일까’ 이런 걱정을 좀 없앴죠. ‘작품 톤에 안 맞지 않을까’, ‘내 연기 인생에 안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전부요. 이번에는 제 자신에게 확인하고 싶었어요. 울고 웃고 화내고,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을 표현해내고 납득시킬 수 있는 지를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저는 감정이 좀 잔잔한 사람이라서요. 소진이를 잘하면 저에겐 성공이라고 봤어요.”

푼수같고 귀여운 유전자 연구원 한소진 역은 처음부터 정인선에게 제안된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배역이 왜 나에게 왔을까 의아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DNA러버’에서 발랄하고 통통튀는 유전자센터 연구원 ‘한소진’을 연기한 배우 정인선을 11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

“저는 제가 사실 굉장히 어둡다고 생각했어요. ‘카페 느와르’(2010) 등 워낙 어두운 작품을 연속해서 하다 보니까 그랬을 수 있어요. 고등학생일 때 아직은 잘 모르는 나이에 감독님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많은 의미를 품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나는 어두운 사람이구나’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한공주’(2014)에서 맑고 밝고 활기찬 성격의 ‘은희’를 제안 받았을 때도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는 “그때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과 친구들이 ‘은희의 맑은 모습이 딱 너’라고 평가를 해서 스스로한테 놀랐다”고 했다.

드라마 ‘DNA러버’ 중 한 장면.

한소진을 맡기 전 비교적 최근 작품들은 어둡진 않았지만 선하고 지고지순한 캐릭터들이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그런 이미지 있잖아요.(웃음) 그런 캐릭터들이 또 한동안 저를 지배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지겨운 거예요. 깨고 부수고 나가고 싶었어요. 그때 발랄하고 통통튀는 소진 역할이 온 거죠. 너무 감사하게도요.

영화 ‘한공주’에서 정인선이 연기한 은희.

인터뷰 도중 ‘단발머리 로직’이 도출됐다. 한소진 캐릭터 시안에서는 원래 ‘긴 머리의 히피펌’이 설정돼 있었다고 했다. 정인선이 소진 캐릭터는 긴 머리 대신 단발이 어울린다고 설득해 스타일링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작품에서 항상 긴 머리였는데 유일하게 먼저 단발로 나오겠다고 한 작품이 ‘한공주’의 은희와 ‘DNA러버’의 소진이네요. 제가 개인 정인선과 캐릭터의 격차가 크다고 생각할 때 (단발머리로)어시스트를 받고자 하는 것 같아요.”

1996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정인선은 내일 모레 30년차 배우가 된다. 그는 30이라는 큰 숫자에 손사레를 쳤다.

“특히 기념할 마음이 없어요. 진짜 조용히 지나갈거에요. 그리고 제가 중간에 쉬었던 기간도 있어서 저는 스스로 ‘30’이라는 숫자가 용납이 안되는데, 20대 때는 공백기를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젠 그냥 변명도 없이 지나갈 거에요.(웃음) 남은 2024년은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보내려고 해요.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와 해루질 둘 다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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