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장 대화에 나서야”…‘평화’ 꺼내올린 9·19 평양선언 기념식[종합]

입력 2024-09-19 20: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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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美대선 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한미 공조 필요”

임종석 “통일, 하지 맙시다”…‘민족적 두 국가론’ 제의

김희중 대주교 “모든 국민이 실천하기 쉬운 일부터 시작”

이재명 “눈눈이이 멈춰야”…조국 “평화 향한 의지 기억해야”

“남북, 당장 대화에 나서야”…‘평화’ 꺼내올린 9·19 평양선언 기념식[종합] —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양근혁 기자]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현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을 지적하며 남북 당국이 모두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념식 가장 마지막 연사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는 등 달라진 협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입장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한미 간 보다 긴밀한 협상 전략의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설계, 평화 및 통일 담론의 전면적 재검토 등 필요한 역할을 “현 정부는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대화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9.19 평양정상회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통일, 하지 맙시다”라는 도발적인 제언을 통해 ‘평화적·민족적인 두 개의 국가’론을 꺼내 들었다.

임 전 실장은 이러한 제언의 배경에 대해 “통일이 전제돼 있으므로 인해 적극적인 평화 조치와 화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소모적인 이념 논란이 지속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통일 독트린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곳곳에서 커져만 가고 있다”며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안전장치라도 마련하기를 충심으로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 평화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는 일이자, 남북의 화해·협력, 그리고 평화공존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은 2018년의 선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며 “범국민적 의지를 모아 70년 넘게 지속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 남과 북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비전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와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브래드 셔먼 미 하원외교위원회 소속 의원이 영상 메시지로 참여했다.

김 대주교는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문제는 어느 특정 전문가 집단,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민족 화해와 평화를 위해 실천하기 쉬운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방북단장을 맡았다.

김 대주교는 이어 “각자의 마음에 품고 있는 선한 의지의 촛불이 따로따로 켜져 있으면 약한 바람에도 쉽게 꺼져버리지만, 하나로 모으면 거대한 불기둥이 돼 어떠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공생,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관계로 정착되길 바란다”며 “남북이 일치된 힘으로 홍익인간 세상을 위해 한민족이 세계 평화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앞당겨지길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돌이켜보면 한반도 평화의 봄은 한꺼번에 오지 않았다”며 “2017년 북한이 수차례 미사일을 쏘고 북미가 말폭탄을 주고받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담대한 첫걸음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9.19 평양공동선언은 오직 평화가 미래라는 신념으로 일관되게 대화를 이어간 의지와 노력이 쌓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보는 핵심 관점은 평화”라며 “대화가 유일한 안전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남북 모두 패배자로 만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강경대응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막다른 골목에 내모는 시대착오적 진영외교 또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는 자주적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아도 되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짜 안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오늘날 한반도에는 평화 대신 혐오와 불신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평화를 향한 걸음은 멈췄다”며 “하지만 우리는 잘못을 탓하기보다 평화를 향한 남북의 ‘의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우리는 여러 차례 평화의 진전과 후퇴를 경험해 왔다”며 “때로 되돌아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한반도 평화의 노력이 부정되고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민생 경제는 파탄되는 개탄스러운 현실”이라며 “비핵화와 군사충돌방지를 넘어 남북경제협력 회담까지 준비했던 그 꿈, 1410만 경기도가 이어 나가고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저명한 한반도 연구가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9.19 평양공동선언은 김대중 대통령 방북 이후 이어온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이 마침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체감했다”면서도 “그러나 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남북 공동 개최가 실현되지 못하면서 제 마음속에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민족 고난의 여정은 그때도 이미 오래 이어진 상태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반이나 계속되는 가운데, 한민족이 70년 동안 휴전 상태를 견디어온 것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브래드 셔먼 미 하원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긴장 완화이며, 이를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필요하다”며 “국가 안보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남북한, 미국, 다른 국가들의 종전을 위한 노력이 그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셔먼 의원은 2021년 ‘종전 선언’을 담은 한반도 평화 법안을 발의했다.

셔먼 의원은 이어 “1953년 7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며 “단순히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평온이 아니라, 남북 사이의 진정성 있는 지속적인 평화, 전쟁의 위협을 제거해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평화, 이산가족이 마침내 다시 만날 수 있는 평화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