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1편

감독판 ‘내 이름은 김삼순’ 공개

“시청률 50%” 서른 살 노처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정려원 [웨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 시절 삼순이는 노처녀의 틀을 깬 드라마.” (김선아)

시청률 50%, 빅스타들의 요람이 된 대한민국 ‘로코(로맨틱코미디)의 근본’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돌아온다.

2000년대 명작 ‘내 이름은 김삼순’이 6일 웨이브의 ‘뉴 클래식 프로젝트’를 통해 시청자와 다시 만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지금의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16부작이었던 미니시리즈는 속도감 있는 8부작으로 압축됐다.

공개를 앞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 이름은 김삼순’ 감독판 간담회에 참석한 김선아는 “지난해 ‘내 이름은 김삼순’의 리마스터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기억이 날아가기 시작해 다시 복습을 했다”며 “다시 봐도 너무 좋은 작품이었고, 무척 재밌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자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사랑엔 서툴지만 자신의 일에서 만큼은 최고인 김삼순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 드라마를 위해 체중을 늘려 출연한 김선아는 당시 깡마른 청순가련형이나 꿋꿋한 캔디형 여주인공의 전형을 깼다. 물론 재벌 2세는 등장하나 이전과는 다른 진취적 여성상을 그린 드라마였다. 당시로선 상당히 생소했던 직업인 ‘파티시에’를 알리기도 했다.

“시청률 50%” 서른 살 노처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 [웨이브 제공]

이 드라마는 ‘스타의 요람’이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김선아는 그 해 MBC 연기대상을 가져갔다. 그는 “‘김삼순’ 하면 김선아가 된 작품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는 걸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숫자로 ‘19년’이라고 해주시니 체감이 된다”며 “삼순이는 나의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정려원은 처음으로 미니시리즈의 서브 여주인공을 맡아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지금은 톱배우가 된 현빈과 다니엘 헤니도 배출한 드라마다.

정려원은 드라마에서 현진헌(현빈)의 전 연인 유희진 역을 맡았다. 그는 “내게 삼순이는 동앗줄 같은 작품이었다”며 “기나긴 터널을 지난 끝에 만난 작품이었다. 미니시리즈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연이 안 닿아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보러 간 ‘내 이름은 김삼순’ 오디션에서 합격했다. 그 뒤로는 다 꿈같은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19년 만에 다시 만나는 ‘내 이름은 김삼순’은 지나온 시간 만큼이나 시대 변화와 부딪힌다. ‘노처녀’이지만 나이는 제법 어린 서른 살인 데다 당시엔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재벌 2세 현진헌은 무례한 나쁜 남자 캐릭터다. 특히 진헌은 삼순과 말다툼을 하다 주먹으로 액자를 깨는가 하면 삼순의 팔을 거칠게 잡아끄는 등 요즘 감수성과는 동떨어진 행동이 많다. 당시엔 ‘잘생긴 연하남’에 ‘백마 탄 왕자’처럼 그려졌지만, 2024년 지금의 시청자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김윤철 감독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현진헌 캐릭터”라며 “19년 전 시대 감각과 비교했을 때 지금 20~30대가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우려했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는 나쁜 남자, 재벌남 등의 단어가 통용되다 보니 진헌의 과격한 행동들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지금의 눈높이에서 보면 현진헌의 화법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현재의 시대 감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최대한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편집했다”고 말했다.

“시청률 50%” 서른 살 노처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김윤철 감독, 정려원 [웨이브 제공]

감독판의 공개를 앞둔 김윤철 감독의 고민이 많다. 그는 “‘여전히 이 작품이 소구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김삼순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성향들이 지금은 기본값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사랑과 일에 능동적인 김삼순 캐릭터는 여전히 소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잠깐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선아도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작품을 했을 당시 저도 30대였다. 그 때의 서른은 굉장히 어른 같았고, 삶이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나고 보니 서른은 내 인생에 있어 리허설을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 예전의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순이가 당시에는 노처녀의 틀을 깬 힘이 분명히 있고, 그 힘이 지금까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요즘 친구들한테 삼순이는 ‘내 친구 같다’라는 느낌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은 지상파 명작 드라마를 OTT 시리즈화하는 프로젝트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시작으로 오는 11월엔 배우 소지섭·임수정 주연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2024년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궁’, ‘풀하우스’, ‘커피프린스 1호점’도 4K 버전으로 준비한다.

한정은 웨이브 마케팅 그룹장은 “책과 영화가 각각 개정판과 리마스터링 판을 통해 꾸준히 소비되는 데 반해 드라마만 유독 신작 위주로 소비되고 있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당대 신드롬급 인기가 있었는지, 당시 팬덤이 현재도 유효한지 등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