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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계 왕따 자처’ 이천수 “선배들 못났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호가 나섰겠나”
이천수 [유튜브 채널 '리춘수'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해 이와 관련한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축구가 장난인가"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천수는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나는 그동안 (축협)회장이 누구 하나 픽을 해놓고 (감독을)뽑았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만들어진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했다.

이천수와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장에서 직접 뛰며 4강 신화를 만든 사이다.

이천수는 자신이 홍 감독 선임 건을 미리 알았다는 일각 주장에 대해선 "내가 협회랑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은데, 나는 지금 축구계 왕따인데 누가 나한테 얘기해주느냐"며 "돌아가는 느낌이 국내 감독이 오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천수는 지난달 "(홍)명보 형이나 (신)태용이 형이면 나는 콜이다. 그나마 국내 감독으로 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욕을 안 먹을 지도자들"이라고 한 바 있다.

이에 실제로 홍 감독이 선임된 후 이천수가 관련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었다.

이천수는 "외국 감독 선임을 못할 것이면 국내 감독을 빨리 선임해야 했다. 축구팬들 기대가 커지기 전에 했으면 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축구가 장난이냐고. 자기가 능력이 안 되면 관둬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또 그 사람을 선임하는, 그게 계속 이어지는, 후배가 한마디 하려고 하면 무시하는"이라고 주장했다.

이천수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감독 선임 과정 중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폭로를 한 데 대해선 "선배들이 못났다. 축구인들이 좀 멋있게 늙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호 같은 후배가. 난 진짜 주호한테 미안하다"며 "그것(박주호가 한 일)은 선배들이 해줘야지. 후배들이 하고 있으니. 얼마나 선배들이 못난 것인가"라고 했다.

이천수는 박주호를 걱정하며 "내부고발 이미지를 가져가면 걔(박주호) 솔직히 엄청 힘들어질 것"이라며 "제2의 이천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 박주호.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 영상 캡처]

한편 축협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올리자 불기 시작한 후폭풍은 잦아들 낌새가 보이질 않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원했던 팬들은 실제 외국인을 뽑는 방향으로 가는 듯했던 흐름이 막판에 뒤바뀌자 충격을 받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협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의 댓글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박주호 위원은 홍 감독 내정 발표 다음날인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력강화위원 사퇴하겠습니다'라는 섬네일을 단 영상을 올리고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폭로'했다.

그는 "국내 감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며 "그중에는 본인이 임시 감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도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며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축협 설명과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잘 아는 외부인들에 따르면 홍 감독 선임 과정에 적어도 '절차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도자가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건 애초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각기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위원회 역할이다.

위원장 공식 상황에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대신 선임 작업을 이어간 것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위원들은 이 이사가 최종 후보를 정해도 된다는 데 '동의'했다.

박주호 위원은 5명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 참여했고, 이임생 이사가 최종 후보를 정하는 것에 위임했다.

축구협회는 박주호 위원이 '비밀유지 서약'을 했는데도 이를 어겼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박 위원이)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가 개인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영리 목적' 아니었겠느냐며 문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시작 전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

한편 9일에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JTBC와 KBS에 잇달아 출연해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이영표 위원은 홍 감독 선임에 대해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임생 이사가)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한 후 발표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고 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박주호 위원과 같은 취지의 주장이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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