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3)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사후 재산의 대부분을 세 자녀가 공동 관리하는 공익 신탁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렌 버핏이 사망 후 세 자녀를 위한 새 재단에 사실상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유언장을 변경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2006년부터 매년 수십억달러를 기부해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기부는 그의 죽음을 끝으로 종료된다.
버핏회장은 수지, 하워드, 피터 등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유산을 상속받은 새 재단의 이사진이 될 전망이다. 버핏 회장은 올해 94세로 약 1300억달러의 주식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28일에도 게이츠재단 40억달러 등 총 5개 공익재단에 53억달러(한화 7조3000억원)를 기부했는데, 이것이 그의 마지막 외부재단 기부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게이츠재단을 비롯한 총 5개재단에 평생 기부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수십억 달러씩 매년 기부를 해왔다. 게이츠 재단만 이번 40억달러를 포함해 총 430억달러를 기부했다. 버핏 회장은 공익활동 제고를 위해 2006년부터 게이츠 재단 이사진으로 활동해왔으나 2021년 이사직을 사임했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 최대 자선재단 중 하나로 세계 보건, 빈곤, 성평등,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공익사업과 투자를 펼치고 있다. 마크 수즈먼 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버핏 회장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재단활동을 옹호하고 구체화하는 데 귀중한 역할을 했으며, 그의 기부와 공헌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버핏 자녀들이 운영하게 될 새 재단은 출범과 동시에 세계 최대규모 재단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기준 108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노보노디스크재단, 750억달러의 게이츠 재단과 필적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버핏 회장은 “세계에는 80억명이 있고, 나와 내 자식들은 1% 중 가장 운이 좋은 100번째 안에 든다”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새로 설립될 공익재단은 버핏 회장의 유언장에 따라 그의 세자녀가 만장일치로 용처를 결정하도록 했다. 맏딸인 수지 버핏(71)은 현재 유아교육, 사회정의 등을 교육·장려하는 셔우드재단 이사장과 대학등록금 지원사업을 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을 딴 수전톰슨버핏 재단의 의장을 맡고 있다.
아들 하워드 버핏(69)과 피터 버핏(66)도 식량안보, 인신매매근절, 원주민공동체 지원 등을 위한 개별 재단을 운영 중이다.
버핏 회장의 자녀들은 아직 용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공익에 활용될 것을 시사했다. 이날 수지는“우리가 무엇을 할 지 아직 얘기해 보지 않았다”면서도 “아마 우리가 해왔던 일의 연속선상에 될 것이라 상상된다”고 했다. 하워드는 “누군가 아버지가 자선재단을 주고자 하는 돈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했다”며 “그 일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