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상공개' 씁쓸한 결말…유튜브 결국 폭파됐다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의 현재 상태. 채널명이 바뀌어 있고 게시글이 모두 삭제됐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유튜브 채널이 영상을 모두 삭제한 뒤 계정을 초기화했다. 피해자들이 공개를 반대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제때 제대로 된 방식으로 처벌 못하고 20년만에 '사적 제재' 방식으로 재조명된 이 사건은 결국 씁쓸한 뒷맛만을 남기게 됐다.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해 온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8일 현재 채널명이 바뀌고 모든 게시물이 삭제된 상태다.

전날 이 채널은 "밀양 (사건) 피해자분들과 긴밀한 얘길 나눴다"며 "피해자들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밀양 관련 영상을 전부 내렸다. 구독도 취소 부탁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밀양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나락 보관소가 밀양 사건 피해자들과 긴밀한 얘기 후 영상을 내렸다고 전한 공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밀양 신상공개' 씁쓸한 결말…유튜브 결국 폭파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보도자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들은 지난 5일 오후 이후에 나락 보관소 측과 소통한 바 없다"며 "피해자들은 지난 5일 나락 보관소 측에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반영되지 않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상의해 당일 밤 9시30분쯤 입장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나락 보관소 측은 6일 새벽에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며 "나락 보관소는 (피해자 동의 없는) 일방적 영상 업로드를 지속하다 지난 7일 오후 7시40분쯤 관련 영상들을 삭제하며 (피해자 요청으로 영상을 내린다는) 공지를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나락 보관소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밀양 신상공개' 씁쓸한 결말…유튜브 결국 폭파됐다
나락 보관소가 7일 올린 게시글. 그러나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나락 보관소는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입장이 나오자, 유튜브 계정을 초기화하고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

'밀양 사건' 가해자라며 3명의 신상을 공개한 나락 보관소는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경남경찰청은 나락 보관소를 비롯해 밀양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들에 대한 고소장이 5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