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규모·기준 공개, 정비계획 윤곽

사업성 높은 분당, 매수문의 잇따라

분당 빼곤 선도지구 소식에도 잠잠

“매수 문의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기준 발표되기 전부터 많았어요. 최근 2주 사이에 거래도 꽤 많았고요. 선도지구 기준이 발표되고 난 후에도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주민동의율 높은 단지 위주로 문의가 많이 오겠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 시범단지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

“문의가 있긴 한데 거래가 활발하진 않아요. 애매하죠. 선도지구 얘기가 많았던 4월에는 거래가 좀 되는 듯 하더니 이달 들어선 관망세입니다. 기준이나 계획이 발표돼도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어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이쪽 지역에선 추가 분담금이 한 두 푼도 아니고 수억원인데 동의하겠냐 이거죠.” (경기도 부천시 중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지난 22일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선도지구 선정 규모 및 기준 등을 공개하며 정비계획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에 따른 시장 반응은 지역마다 온도차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고 시세가 다른 지역 대비 높아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를 받는 분당에선 매수 문의와 거래가 잇따르지만 그 외 지역은 여전히 미지근한 분위기라는 게 현장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분당구 수내동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들어 투자 목적의 소형평수 위주로 문의가 많았다”며 “선도지구 선정 기준 발표 후에도 손님 상담이 이어져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서현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 또한 “나오는 매물 가격에 1000만원 정도 조정해서 대부분 거래가 되고 있고 문의도 계속 온다”고 전했다.

최근 분당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선 상승거래와 최고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한양아파트 전용 148㎡는 지난 10일 18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2년 3월 기록한 최고가와 같은 금액에 팔린 것이다. 인근 시범우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14억10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는데 직전 거래가(지난달 10일) 12억950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같은 타입 매물 호가는 최대 15억5000만원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투자 수요가 이어지는 분당과 달리 부천 중동신도시, 고양 일산신도시 등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잠잠한 분위기다. 중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소유주분들이야 집값이 조금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지만 선도지구로 인한 시장 영향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선정 유력 단지로 꼽히는 일산 강촌마을 1·2단지 및 백마마을 1·2단지 일대도 거래 상황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평가다. 강촌마을 1단지 인근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매, 전세 모두 문의가 별로 없다”며 “투자자 가수요 자체가 없고 일단 이 동네 내부에서부터 수요가 없다. 노인 분들이 많이 사시는 편인데 여유자금을 갖춘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마마을 인근 F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재건축 동의율을 맞출 수 있냐는 문제도 있고 시장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아 문의가 없었다”고 했다.

이렇듯 재건축 사업성 및 실현 가능성에 따라 지역마다 시장 분위기가 엇갈리는 가운데, 선도지구 선정을 목표로 하는 각 지역 추진위원회와 주민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특히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표준 평가기준’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율 배점이 60점에 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반응이 잇따랐다.

분당 한솔마을1·2·3단지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상가 사전 동의율이 87% 수준으로 주민 호응이 높고 분당 내 최고 수준”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선도지구 선정)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 강촌1·2단지 및 백마1·2단지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 또한 “현재 사전동의 절차는 거의 마감하고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내는 분들만 받고 있다”며 “집값이 아직 많이 움직인 건 아니지만 선도지구 공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분위기를 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통합재건축을 서두르지 않는 단지 주민들은 선도지구 계획 발표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분당의 한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소유주는 “준공 30년이 넘어 재건축 분위기는 있지만 통합 단지가 아니다”며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시범단지 등에 비해 재건축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고 빠른 시일 내 새 집에 살 수 있다는 기대와 집값 상승 기대는 크지 않다”고 했다.

고은결·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