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수장 공백 해소…‘또 판사출신’ 의구심 털어내야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오동운(54·사법연수원 27기)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취임하면서 넉 달에 걸친 ‘수장 공백’ 사태도 비로소 해소됐다. 지난 1월 20일 전임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지 122일, 2월 29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인을 추천한 지 82일 만이다.
공수처는 김 전 처장에 이어 여운국 전 차장도 지난 1월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부장 책임제로 꾸려진데다, 직무를 대행해 온 김선규 수사1부장이 사직 의사를 표해 ‘대행의 대행의 대행’으로 운영되기도 한 만큼 일단 정상화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오동훈호 공수처’ 앞에 놓인 장단기 과제는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회 특검법 추진을 정부가 막아서면서 새롭게 출범한 오동운 공수처 수사에 이목이 쏠린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수사 의지를 얼마나 드러내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수사하는지 여부에 따라 야당의 특검법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지난 2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지 19일 만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공수처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진행하던 수사를 타 기관에 이관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수처는 전날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사건 외압을 주장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동시 소환조사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야당에서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을 제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은 공수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칠 경우 야당에 특검법 추진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공수처 안팎에서 제기돼 온 수사력·인력 부족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다. 현재 공수처 재직 검사는 19명으로 정원(처장·차장 포함 25명)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1기 공수처’에선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장 단 한 명만 직접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수사력이 부족하단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임 김 처장과 여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것을 수사력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오 처장 역시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의구심이 이어질 수 있다. 오 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상당히 좋은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지만) 엔진 오일이 없는 정도”라고 비유하면서 “탁월한 수사력을 가진 차장을 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소권 제한 등 공수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지켜볼 사안이다. 공수처는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 및 기소권을 갖고, 그외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수사권만 갖고 있어 결국 최종 기소 판단은 검찰이 해야 한다. 오 처장은 “장기적으로는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돼서 채상병 사건이 아니라도 특검 수요가 있으면 공수처에 수사를 맡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